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용버스’ 인종차별 논란

배문규 기자

편의 내세워 노선 신설… 팔레스타인 마을만 경유

“분리장벽으로 격리도 부족해 가두기 작전” 비판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분리장벽을 쌓아 팔레스타인 주민을 격리해 온 이스라엘이 4일 ‘팔레스타인 전용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을 분리하기 위한 인종차별 조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설된 팔레스타인 전용버스는 서안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과 같은 노선을 이용하면서 빚어진 혼잡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이스라엘 정부는 밝혔다. 교통부 장관은 “신설 노선은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분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진입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교통 혼잡을 줄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에 밝혔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은 미니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스라엘에 들어갔다. 하지만 허가증 발급이 늘어나면서 교통 혼잡이 심해졌다. 팔레스타인 마을만 경유하는 이 버스는 서안지역 칼킬랴의 에얄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한다. 팔레스타인 승객들은 이스라엘 군 허가증을 소지해야 탑승이 가능하다.

법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용버스 대신에 ‘정규 노선’을 이용해도 제지할 수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 시민단체 체크포인트워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승차 거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 버스회사 아피킴의 버스기사는 “법적으로는 누구도 쫓아낼 수 없지만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의 버스를 타도록 요구받을 것”이라면서 “분명히 모두가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나 ‘인종차별’을 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와이넷에 말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에 또 다른 로자 파크스 민권운동이 필요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1950년대 미국 버스 안 인종 분리에 항의한 흑인 민권운동가 파크스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2002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을 이유로 분리장벽을 세울 당시에도 변종 ‘아파르트헤이트’ ‘팔레스타인의 게토화’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한 이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신분증을 발급해 통제하고 있다. 신분증은 서안은 주황색, 가자는 붉은색으로 구별된다. 현재 가자지구 신분증으로는 서안이나 예루살렘에 갈 수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도는 팔레스타인을 가둬서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반투스탄’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도 있다. 반투스탄은 남아공 영토 안의 흑인 ‘반투족’을 격리해 인종분리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보호령이다. 이란 프레스 TV는 지난 1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2개 국가 해법’을 거부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유엔 옵서버 국가 지위를 획득한 팔레스타인을 국가명이 아닌 A, B, C 지구로 구획해 부르고 있다면서 가짜 독립을 부여한 남아공의 반투스탄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