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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여인’ 이은성 10년 전 인터뷰 “아빠가 119 구급대원…”

디지털뉴스팀

서태지(41)의 여인, 이은성(25)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서태지는 15일 이은성과의 결혼을 발표했다. 이은성은 최근 2년 동안 작품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2008년 서태지 8집 음반 수록곡인 ‘버뮤다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처음 만났으며 2009년 교제를 시작했다.

이은성은 1988년생으로 2003년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 모범생인 서정민 역으로 데뷔했다. 2년 뒤 방송된 두 번째 시즌에도 같은 역을 맡았다. 2007년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SBS ‘행복합니다’ 등에 출연했다. 영화로는 2006년 ‘어느 날 갑자기’ ‘다세포 소녀’ ‘뜨거운 것이 좋아’ ‘더 게임’ 등에 출연했다. 공식적으로 이은성의 마지막 작품은 2009년 영화 ‘국가대표’다. 이 영화에서 이은성은 성동일이 연기한 극중 스키점프팀 방 코치의 딸 방수연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 다단계 판매를 하는 등 사고뭉치 딸로 성동일의 속을 썩이는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 이후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소속됐던 마이네임 엔터테인먼트와도 2010년 계약을 해지했다. 미지로 남아있는 이은성의 궁금증에 대한 여백을 채울 수 있는 10년 전 ‘가족 인터뷰’를 발굴했다. 레이디경향 2004년 2월호에 실린 가족 이야기는 이은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당시 119구급대원이던 아버지의 이야기 등이 흥미를 끈다. 이은성 아버지는 현재 강화소방서의 구급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성의 10년 전 가족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신과 뚝심으로 똘똘 뭉친 아빠와 나, 우린 꼭 닮은 붕어빵 부녀예요!”

인천 계양소방서의 이재열씨는 14년 차 119 구급대원이다. 트럭 운전사부터 학원 강사까지 11가지의 직업을 섭렵한 후 정착한 소방서에서 그는 ‘천직’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 성장기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중인 열여섯 살 새내기 연기자 이은성. 그녀는 ‘하고 싶은 건 해야 한다’는 소신 하나로 2백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연기자가 됐다. 뚝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부녀의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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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열한 번 옮긴 후 119 구급대원 정착…“아빠가 말려도 소용없다”며 소신 내세운 은성

2003년의 마지막 날, 인천에는 오락가락 눈발이 날렸다. 30년 전에 지었다는 작은 소방서를 찾아가는 길은 복잡하고 불편했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사방으로 뒤섞인 자동차들 사이를 뚫고 사거리도 아닌 오거리에서 가장 작은 길로 들어섰다.

“거기까지 왔으면 다 온 겁니다. 쭉 들어와서 좌회전하면 소방서가 보일 겁니다. 큰길에 제가 서 있으니까 얼른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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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인천까지 오는 사이, 은성이 아버지는 5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뭐가 보이냐? 주유소? 그럼 그 길이 맞다. 고가도로? 그럼 잘못 왔다. 다시 유턴해서 돌아가라” 등등.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처음 만나는 기자를 위해 이렇듯 꼼꼼히 챙기는 은성이 아버지는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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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의 인천 상륙 작전은 은성이 아버지의 도움으로 고지에 도달했다. 그리고 만난 사람들… 그곳에는 은성이와 어머니 그리고 소방관 정복을 차려입은 아버지가 있었다. 은성이 아버지의 근무지는 인천에서도 후미진 곳에 위치한 계양소방서. 낡은 건물의 시멘트 계단을 올라서자 건물 옥상이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은성이 아버지가 하루 24시간 근무하는 아담한 사무실이 있었다.

“여기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소방서예요. 너무 낡고 작아서 지금 새 건물을 짓고 있어요. 가끔 빈집인 줄 알고 찾아오는 노숙자들이 있어요. 밤새 사무실 안에 있다가 아침 일찍 밖에 나와보면 시멘트 계단 위에서 노숙자들이 꼬부리고 잠들어 있어요. 황당하죠.”

조금은 느린 듯,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말투에서 언뜻 119 구급대원의 침착함이 묻어난다. 그 맞은편으로는 쌍꺼풀 없이 커다란 눈에 얼굴이 하얀 새내기 연기자 은성이가 앉아 있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은성이. 그녀는 현재 드라마에 출연중이다. 지난 2001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청소년 드라마 ‘학교’의 뒤를 이어 오랜만에 선보인 드라마 ‘반올림’. 이것이 은성이의 데뷔 작품이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말 그대로 생짜 신인인 은성이가 탤런트가 된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구가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제 사진을 올렸거든요. 근데 지금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연기자 되고 싶은 생각 없냐고요. 그래서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오디션을 받으라고 해서 갔죠.

부모님께 얘기 안 하고 친구랑 같이요. 간단한 오디션을 보고는 부모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엄마, 아빠한테 얘기했죠. 처음에요? 반대하셨죠. 그래도 전 걱정 안 했어요. 왜냐면 엄마, 아빠가 말려도 저는 연기할 거라구 벌써부터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누가 말려도 소용없어요.”

집에서는 노래 한 곡 불러본 적이 없는 은성이가 연예인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어머니, 아버지. 은성이보다 세 살 아래의 아들은 끼가 철철 넘쳐서 개그맨들의 흉내를 제법 비슷하게 내곤 했다. 그러나 은성이는 의외였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어. 나, 탤런트 할래!”라며 떼를 쓰는 은성이를 보며 어머니와 아버지는 몇 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은성이가 고집이 세요. 어려서부터 그랬죠. 지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말려도 소용없어요. 그건 아마도 저를 닮은 모양이에요. 119 구급대원이 저의 열한 번째 직업이거든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 물 흐르듯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았을 것 같은 은성 아버지에게 그런 현란한 과거(?)가 있을 줄이야! 은성 아버지는 전자 회사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화장지 회사, 레미콘 운전, 대형 트럭 운전 등 다양한 직업을 섭렵했고 부기·서예 학원의 강사까지도 경험했다고 한다.

“난 이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을 거예요. 한 직장에서 석 달을 못 버티더라구요, 더 미치는 건 저한테 상의 한마디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거예요. 신혼 때부터 은성이 낳은 후까지도 그랬어요. 집에 있는 처자식은 어떻게 살라고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그만두는… 옛말에 ‘재주 많은 놈치고 굶지 않는 놈 없다’더니. 저 결혼하고 후회 많이 했어요.”

■ 열정, 오기, 끈기, 뚝심은 우리 가족 캐릭터…“한번 하면 끝까지 한다” 은성과 아버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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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 어머니의 말처럼 이재일씨는 재주가 많은 만큼 새 직업을 구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마음에 안 들면 그 길로 보따리를 싸서 직장을 옮겼다는 것. 그런 은성 아버지의 바람기(?)를 잡은 것이 바로 119 구급대원이다. 그의 열한 번째 직장.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제자리를 찾았다고 해야 할까. 은성 아버지는 구급대원이 된 후에야 ‘이것이 나의 천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의 성취감과 행복함을 맛본 은성 아버지는 딸이 간절하게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고 할 때 막을 수가 없었던 것. 그러나 연예인이 되는 건 119 구급대원이 되는 일보다 몇 배나 힘들어 보였다.

“뭔지는 모르죠. 주변에 연예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지만 그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죠. 특히 여자 아인데… 나쁜 얘기도 많이 듣고 진짜 몹쓸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한 일주일 동안 밤잠을 못 자면서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은성이를 앉혀놓고 물었죠.”

열여섯 살,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은성이와 대화를 하며 아버지는 ‘말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은성이는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래서 은성이와 아버지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한번 하면 끝까지 한다’는 것.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올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 약속을 제안한 건 아버지였고, 은성이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연기학원에서 1년 정도 연기 지도를 받은 은성이는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 오디션이 있다”며 거울을 보고 연기 연습을 했다. 그것도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난 우리 딸이 몸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닌가 봐요. 드라마 오디션 보면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대요. 난 은성이가 재롱 떠는 거 아기 때 빼놓고는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래서 오디션에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

딱 한 번의 드라마 오디션에서 은성이는 2백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주연 자리를 따냈다. 현재 ‘반올림’에 출연하는 연기자들 중에서 생짜 신인은 오직 은성이뿐. 그렇다면 은성이의 연기 실력은 타고났다고 해야 할 듯.

“은성이 엄마가 어려서부터 끼가 많았어요. 하고 싶은 일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는 저를 닮은 거 같고, 연기자로서의 끼는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 집사람이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는데, 만약 서울에서 자랐다면 연기학원에 등록한다고 난리가 났을지도 몰라요. 저 사람 보기보다 엄청 웃긴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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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하다 보니 은성이 가족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네 식구가 모두 ‘남 앞에서 재주 뽐내기를 좋아하고 남을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러니까 은성이의 끼는 어머니와 아버지께 골고루 전달받은 모양이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세 식구는 서로의 포즈를 지적해준다. “어색하다. 웃긴다. 오바다. 진짜 못 봐주겠다. 좀더 잘 해봐라…” 주문이 많은 걸 보니 서로에게 애정도 많아 보인다. 은성이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 얼굴 그리기’를 숙제로 받았는데, 아빠의 잠자는 얼굴을 그려갔다고 한다. 그만큼 119 구급대원의 일은 바빴다. 그리고 지금도 바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을 대기해야하는 직업. 고단하기로 따지면 주산·부기학원 강사의 열 배쯤은 더 피곤한 직업. 그러나 하면 할수록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도 갖게 된다고.

“IMF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그때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목숨 갖고 장난 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돼요. 죽을 마음으로 살면 뭐가 안 되겠어요. 다 힘들지, 세상살이 매일 좋고 행복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욕심 버리고 순리대로 사는 게 제일인데… 그리고 음주 운전하는 사람들,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 다음으로 나쁜 사람들이에요. 음주 운전은 살인 행위예요. 그런 거 하면 안 돼요.”

이재일씨는 119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서 가슴 아픈 일도, 눈물 쏟을 일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볼 때. 그럴 때면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고 한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부상자가 완치되어 소방서를 찾아올 때라고. 서울 외곽에 위치한 이곳에는 아직 따뜻한 인심이 남아 있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돈보다 값진 것들을 싸들고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를 하기 위해 소방서를 찾는 이들을 볼 때면 가슴에서 따뜻한 기운이 샘솟는다고 한다.

“우리 은성이도 저처럼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면 바랄 것이 없어요. 연예인이 되면 돈을 번다는데 그런 건 다 소용없습니다. 돈보다 은성이가 잘 되기를 매일 기도해요.”

올해로 14년째 119 구급대원으로 활동중인 이재일씨와 이제 막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친 새내기 연기자 은성이. 부녀는 많이 닮았다. 소신과 뚝심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돌진하는 부녀의 열정은 2004년에도 쭈~욱 계속될 듯하다. <경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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