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한식에 매료… 프랑스는 지금 한국문화의 봄”

리뮤쟁(프랑스) | 김용민 기자

‘프랑스-한국의 만남’ 행사 기획 김세정씨

지난 8월15일부터 31일까지 프랑스 중부 리뮤쟁 주(州)의 고색창연한 성(城) ‘라 보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거문고와 태평소, 장구 등 한국 전통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피아노와 같은 서양악기와 어우러져 울려퍼지고, 한식도 선보이며 프랑스인들을 매혹시킨 것이다. 프랑스 국영방송 ‘FR 3’에서도 이를 소개했다. ‘2013 항콩트르 프랑코-코레엔(Rencontres Franco-Coreennes·프랑스-한국의 만남들)’이라고 명명된 이 행사는 오는 2016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것으로 2016년까지 매년 한국과 프랑스에서 번갈아 열린다.

행사 기획자는 ‘파리-서울협회’ 총예술감독 김세정씨(61·사진)다. 그는 “한국의 전통음악과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며 “관객은 물론 주최 측인 라 보리 재단 관계자들도 크게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국악·한식에 매료… 프랑스는 지금 한국문화의 봄”

“국악은 프랑스에서는 낯선 음악이에요. 그나마 최근 파리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지방도시에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어요. 프랑스 지방도시에도 우리 국악을 알리기 위해 거문고, 피리, 장고 분야의 국악 인간문화재 제자들을 한국에서 초청해 2주일간 매일 저녁 콘서트를 열었어요. 처음 나흘간은 국악콘서트를 하다가 차츰 서양음악인들과 함께하는 콘서트를 마련했죠.”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73년 벨기에 브뤼셀 왕립 음악학교에 국립 장학생으로 입학하면서 40년째 유럽에서 생활해왔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며 현재는 파리에서 극단 ‘아크로노트’를 이끌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전도사로 나선 것은 1995년 파리-서울협회를 지인들과 함께 만들면서다. 그는 “당시만 해도 프랑스에 일본 문화는 많이 소개된 반면 한국 문화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었다”며 “양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협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은 저 멀리 떨어진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을 뿐이에요. 아는 것이라곤 한국전쟁뿐이었으니까요. 그런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삼성이나 LG전자 제품들이 프랑스 부엌을 점령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부터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거죠.”

파리-서울협회는 창립 이래 ‘윤이상 추모 음악회’, 서울대 ‘김정자 국악단’의 국회의사당 공연, 한국현대음악콘서트, 한국 현악 앙상블 등 다양한 행사를 프랑스에서 열었다. 이 중 특히 세계 저명 음악가들이 모여 개최했고 라디오프랑스가 생중계한 윤이상 추모 음악회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강남스타일 등 K팝이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는 바야흐로 이제 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프랑스에서 한류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문화교류 종사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K팝의 인기에 안주할 게 아니라 이번 행사에서 국악과 서양음악을 접목시켰듯이,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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