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월급 깎아”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백태

디지털뉴스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수년간 현지 직원의 인권을 침해해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익법센터 ‘어필’에 의뢰해 수행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법령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다수의 해외 한국기업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안전시설 미비 등의 사례가 발견됐다.

필리핀에 진출한 한 전기·전자회사는 직원들이 다루는 화학물질에 대한 성분이나 안전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고, 안전 장비도 마련하지 않거나 부실한 장비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노동법에 따르면 6개월의 수습기간이 끝난 직원은 정규직으로 대우해야 하지만 하도급 회사를 통해 재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 의류기업은 직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하고 단체협상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직원 ㄱ씨는 현지 방문한 조사단과의 인터뷰에서 “경력 기술자로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노조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화장실·하수구 청소, 녹 제거 등의 일을 하는 부서로 이동했다. 한국인 매니저가 ‘너는 노조활동을 했으니 이런 일을 하는 부서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에 진출한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월급을 공제당하는 등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한 한국기업의 현지 직원은 저녁 식사할 시간이 없어 서서 일하는 중에 식사를 하며, 과로로 보통 한 주에 3∼4명이 작업장에서 쓰러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즈베키스탄의 한 기업에서는 아동 강제노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목화 수확기에는 학교 교사들까지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바람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동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현지 직원들의 인권 침해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여 년간 세계 57개국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문헌 분석과 필리핀·미얀마·우즈베키스탄 방문 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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