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인들 잇달아 피살...피랍 여대생 시신 발견

구정은 기자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외교부는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20대 중반의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납치됐으며, 8일 납치범들의 은신처에서 이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마닐라에 있는 대학에 몇 년째 유학 중이던 이 여성은 지난달 3일 마닐라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납치됐다. 최소 3명 이상으로 보이는 납치범 일당은 이 여성의 친구에게 납치 당일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납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지난달 5일에는 이 여성이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가 발견됐다. 하지만 택시에서 납치범의 한 명으로 보이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돼 일당 간 내분이 일어났다는 추측이 나왔다. 납치범들은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까지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8일 납치범 중 1명을 붙잡았고 마닐라 북쪽 교외에 있는 범인들의 은신처에서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외교부는 필리핀 경찰이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의 치과진료 기록 등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범인들이 한국인을 일부러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리핀에는 8만명 정도의 한국인이 있으며, 그중 유학생은 3만명 정도다. 약 3만8000여명이 ‘메트로 마닐라’라 불리는 대도시권역에 살고 있고, 관광지인 세부 섬 등에도 한인 공동체가 있다. 필리핀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연 100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교류는 많아졌으나 지난해부터 필리핀 곳곳에서 한국 교민과 관광객들이 피살돼 교민 사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북부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는 교민 신모씨가 청부살인으로 추정되는 총격을 받고 숨졌다. 앙헬레스에서는 지난 2월에도 한국인 60대 남성 관광객이 괴한들의 총격에 사망했다. 일간 필리핀스타는 지난 2월3일 루손섬 북부 벵겟의 고속도로에서 총기로 살해당한 한국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현지에서 총격에 숨진 한국인 수는 2010년 6명, 2011년 7명, 2012년 6명에 이어 지난해에는 12명으로 늘었다. 올들어서만 한국인 4명이 살해됐다.

한국인을 노린 강력범죄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총기가 많이 풀려있고 치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현지 수사당국의 범인 검거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한인들과 현지 주민들 간의 갈등이 요인이 될 때도 적지 않다. 한인 사업체 일부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영업하면서 현지인을 저임금으로 내모는 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남성들의 성매매 관광으로 태어난 아이들, 1만명에 달하는 ‘코피노’ 문제가 부각돼 한국의 이미지가 다소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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