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에서 파격 예능 선보인 가수 헨리, 2집 앨범 내놔

박경은 기자

“음악 천재라구요? 한국 와 노력 엄청 했어요”

캐나다 출신 가수 헨리(25·사진)의 <일밤-진짜사나이>(MBC) 출연은 연예계 신인류의 등장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지극히 한국적 상황에 던져진 외국인의 어눌한 반응이 웃음 포인트인 프로그램은 여럿 있었지만 그만큼 파격적이고 순수한 에너지를 보여줬던 이는 없었다. 자칫 짧은 유통기간 동안 이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그의 음악적 재능이다. 군악대에서 처음 만져본 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해내고 조용필의 ‘바운스’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하며 감탄을 자아낸 그는 최근 2집 솔로앨범 <판타스틱>을 내놨다. 얼마 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뮤지션’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실은 지난 수년간 노력했던 거예요”

회사가 특별대우해준 것 아니냐고 묻자 그가 한 대답이다. 아이돌 왕국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이 회사에서 남자 솔로가수 앨범이 나온 것은 헨리가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매주 작곡한 노래를 회사 측에 들려줬고, 틈날 때마다 자작곡을 부르고 춤추는 영상을 찍어 보여줬다. 지치지도 않고 수년간 지속돼온 그의 노력이 지난해 첫 솔로앨범 <트랩>으로 결실을 맺었고 올해 2집으로 이어졌다. 6곡 중 4곡은 자신이 포함된 작곡팀 ‘노이즈뱅크’가 만들었다. 타이틀곡 ‘판타스틱’은 헨리에게 최적화된 곡이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바이올린 연주도 선보인다. ‘자꾸자꾸’는 한국말 표현을 일일이 확인하며 가사를 힘겹게 썼다. ‘니드 유 나우’는 인피니트 호야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호야의 목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어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한 그를 찾아가 직접 피처링을 부탁했다.

■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았어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그는 어릴 때부터 악기를 배웠다. 엄마의 ‘강요’로 하루 6~7시간씩 연습하면서 “클래식 연주자가 되어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연습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대회만 나가면 상을 휩쓸었다. 취미는 팝음악을 들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것. 친구들과 농구, 테니스도 즐겼다. 다재다능하고 귀여운 외모,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을 가진 그의 주변엔 언제나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 “천재는 아니고, 운이 좋은 거죠”

홍콩인 아버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공부하는 걸 싫어했지만 수학적 재능이 번득이던 그에게 아버지는 치과의사나 엔지니어가 되어주길 바랐다. 음악적 재능, 영어와 불어, 중국어 등 어학에도 능통한 그를 두고 천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손을 내젓는다. “이것저것 조금씩, 좋아하는 것만 하는 거예요.”

■ “재미로 시작한 게 목표가 됐어요”

2006년 SM이 캐나다에서 실시했던 글로벌 오디션은 친구의 권유로 나갔다. 춤추고 노래하며 평소 놀던 대로 끼를 펼쳤다. 그때까지 비 외에 한국 가수는 몰랐다. 아버지는 한국행을 반대했지만 “잠깐 해보고 싫으면 다시 오겠다”는 조건으로 엄마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집 활동을 하던 슈퍼주니어 ‘돈돈’에 바이올린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2008년 슈퍼주니어 M으로 데뷔한 뒤 잠시 활동하다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작곡을 공부했다. 이곳에서 만난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친구 3명과 짠 작곡팀이 ‘노이즈뱅크’다. 귀국한 뒤 함께 음악활동을 하자며 이들을 한국으로 불렀다. ‘노이즈뱅크’라는 이름으로 슈퍼주니어, F(x), god 앨범작업에도 참여했다. 헨리만 믿고 덥석 한국에 온 이들은 몇 년째 서울 성수동 집에서 함께 지낸다. 헨리는 “이번달 전기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왔다”고 털어놨다.

■ “정말 모르고 갔어요”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제는 예능 <진짜사나이>다. 매니저로부터 일주일간 참여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실상을 알았더라면 아마 100% 출연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짜사나이>에서 한국식 군대 환경에 반응하는 그의 모습은 제작진의 계산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었다.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많이 얻은 시간이었지만 얼마 전 다녀왔던 필리핀 수해복구 현장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게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문득 제 트위터 팔로어가 190만명이란 걸 알았어요저 혼자 사는 삶이 아니잖아요내 생각과 행동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니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어요앞으로 제 모습과 음악을 통해 웃음과 행복을 주는 게 제 삶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