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소방이야기 24

소방관의 영어공부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간혹 주위의 소방공무원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필자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람들과 같이 근무한지도 어느새 14년이지만 영어공부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어려운 숙제다.

지구촌이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영어는 전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2009년 대한민국이 선진국 자격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지구촌에서의 역할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 소방에 대한 기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소방의 국제화를 위해 대한민국 소방관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영어권의 나라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년까지 해외연수 또는 국비유학을 떠나고 있다. 중앙정부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부문에서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한다. 미국의 LA 소방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거나 필리핀 소방대원을 초청해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재난으로부터 고통 받는 나라를 돕기 위해서 국제연합(UN)과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해외출장이나 다른 나라와 업무를 추진하려면 보통은 영어가 필수다. 그래야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예산을 편성해서 번역이나 통역가를 고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이런 전문가를 고용한다고 해도 소방과 관련된 용어들이 일반인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적인 것들이 많아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번역하고 통역하려면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소방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는 보통 영어로 홍보자료도 만들어야 한다.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소방을 가장 잘 아는 소방관이 직접 번역을 하고 통역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모든 소방관들이 영어공부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영어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이 있는 소방관들을 정책적으로 적극 발굴 육성해서 대한민국 소방의 해외창구 역할을 맡기는 것이 해외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그저 영어에 조금 관심이 있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보니 영어는 나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도구가 되어버렸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소방관 개인으로 보면 자신의 역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소방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전문 인력을 보유하는 셈이 된다.

[이건의 소방이야기 24] 소방관의 영어공부

현재 해외관련 업무를 하고 있거나, 향후 영어를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해외에서 대한민국 소방의 홍보대사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영어공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토익, TEPS 등과 같이 공인된 영어시험을 치러서 영어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공무원 영어능력경시대회에 참가해서 영어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방안이다. 향후 자신이 세운 목표와 관련된 분야의 해외 사이버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것도 권장한다.

두 번째는, 영어를 잘 듣고 잘 말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3시간 30분씩, 3년 반 동안 꾸준히 영어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므로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을 수 있다.

요즈음 미국 드라마 중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시카고파이어(Chicago Fire)도 좋고, 9·11 테러이후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뉴욕 소방대원들을 다룬 레스큐 미(Rescue Me)도 추천한다. 영화로는 래더49(Ladder 49), 분노의 역류(Backdraft), Fire Proof 등이 미국소방도 경험하면서 영어공부도 하는데 제격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한글자막을 없애고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이외에도 Fire Chief나 Fire Engineering과 같은 미국의 월간 소방전문 잡지를 구독하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공부 방법일수 있지만 이것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3년 이상 이어간다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결국 영어를 잘하려면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생이 결코 로또가 아니듯이, 영어도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소방관들이 왜 영어를 잘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목표설정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영어 학원을 수강하거나, 값비싼 영어 관련 장비를 사는 것으로 흡족해 하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무작정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어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지에 대한 정확한 목표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목표에 따라서 영어공부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저 단순히 관광차원이라면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영어를 공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자 한다면 한번쯤은 영어에 미친 듯이 빠져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요즈음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라도 영어의 바다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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