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찍어주세요” 모바일 결제 시장 쟁탈전

이재덕 기자

▲ 뜨거운 각축전
앱카드·NFC, 오프라인 양분… 올 하반기 ‘삼성페이’ 도전장
온라인, 카카오페이 등 경쟁

▲ 과제는 무엇인가
정보 유출 등 보안에 취약… 원클릭 결제 난립 우려도

서울에 거주하는 김승현씨(31·가명)는 지난 10일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산 뒤 모바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스마트폰으로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NFC) 카드모드’를 실행시킨 뒤, NFC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대자 4000원이 결제됐다. 권미경씨(30)는 12일 모바일 쇼핑몰에서 화장품을 구입했다. 스마트폰 화면의 결제 버튼을 눌러 ‘카카오페이’를 선택하고 비밀번호만 입력하자 바로 신용카드에서 결제가 이뤄졌다. 카드번호, 비밀번호, 카드유효기간 입력 같은 번거로운 절차들이 생략됐다. ‘○○페이’로 불리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가 결제한 NFC 결제는 하나카드와 비씨카드가 제공하는 모바일 오프라인 결제 방식이다. 아이폰으로 결제하는 ‘애플페이’, 갤럭시S6에 탑재될 ‘삼성페이’가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결제 수단이다. 반면 권씨가 이용한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쓰이는 결제 방식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만든 ‘알리페이’ 등이 대표 주자다.

“나를 찍어주세요” 모바일 결제 시장 쟁탈전

■ ‘앱카드 협의체’ VS ‘NFC 진영’

현재 모바일 오프라인 결제는 매대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바코드 등을 생성해 결제하는 방식의 ‘앱카드 진영’과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대면 바로 결제되는 ‘NFC 진영’으로 갈린다. 신한, 삼성, 현대카드 등 카드업계 상위 업체들은 ‘앱카드 협의체’를 만들어 스마트폰용 앱을 공동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앱카드 결제는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단말기에서만 가능하고 다소 번거로운 편이다.

반면 하나, 비씨카드는 스마트폰 내 통신칩인 ‘유심(USIM)’에 결제 프로그램을 설치해 버스카드처럼 NFC로 결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앱카드보다 편리하지만, 신용카드사 홈페이지에서 NFC 결제 방식을 신청하고 공인인증서로 본인확인을 거친 뒤 2~3가지의 앱을 유심칩에 설치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NFC 결제 단말기를 설치한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은 것이 최대 약점이다.

NFC 결제 시스템은 수년 전에 개발됐지만 단말기 보급이 늦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신용카드가 워낙 잘 발달해 모바일 결제 방식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더 편리하다”며 “어느 소비자가 굳이 모바일로 오프라인 결제를 하겠으며, 어느 점주가 굳이 돈 들여 NFC 단말기를 설치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두 진영의 싸움에 등장한 게 삼성페이다. 올해 하반기 등장할 삼성페이는 앱카드 진영과 NFC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페이는 소비자들이 ‘앱카드’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이후에는 NFC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양 진영의 약점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카드를 긁는’ 방식의 마그네틱 신용카드 단말기도 이용할 수 있어 업소들이 단말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 마그네틱 신용카드는 결제 단말기에 긁을 때 자기장이 형성되는데,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갖다대기만 해도 자기장이 만들어져 단말기가 정보를 읽도록 하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오프라인 결제의 가장 큰 어려움이 소비자들의 인식”이라며 “간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모바일 오프라인 결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결제는 쉽지만 보안은 “글쎄…”

모바일 온라인 결제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1회 등록하면 이후에는 결제 때마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결제대행업체(PG사)들에 고객의 카드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30만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을 폐지하면서 등장했다. 이는 ‘알리페이’와 함께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페이팔’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페이팔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덕에 국내 진출이 가능해졌다. 금융당국은 페이팔 방식의 ‘간편결제’를 밀고 있지만 일각에선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페이팔은 모든 고객 신용카드 정보를 미국 본사 서버에 저장하지만, 카카오페이는 다음카카오와 PG사인 LG CNS가 절반씩 정보를 저장한다. 정보 유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모바일 온라인 결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 수와 가맹점 수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용자를 늘리면서 GS SHOP,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 가맹점 확보에도 성공했다. 카카오페이 외에도 PG 시장 상위 업체인 KG이니시스, LG유플러스,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케이페이’ ‘페이나우’ ‘셀프페이’ 등을 출시했다.

다만, 본인확인 절차가 대폭 줄어든 쉬운 결제 방식이 난립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쉬운 결제(원클릭 결제)를 밀어붙인다”며 “이러다가 조만간 대형 보안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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