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오기전에…” 公기관 비정규직 칼바람

우려했던 비정규직법안 역풍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대형 사업장에서 먼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통과된 비정규직법안이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먼저 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되는 기업들은 법안 적용을 받기 전에 비정규직원들을 서둘러 해고하거나 근로계약 조건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비정규직문제 해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노동자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비정규직문제 해결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노동자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철도공사는 새마을호 승무원을 시작으로 공사 내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외주화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상시채용한 지 2년이 지난 기간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16일 철도공사는 같은해 12월31일자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인 새마을호 승무원에 대해 ‘KTX관광레저’로의 전적(轉籍)을 강요하는 공문을 보냈다. ‘12월31일자로 계약이 끝나면 새마을호 승무원으로는 더이상 재계약하지 않을 예정이니 KTX관광레저로 옮기라’고 통보한 것이다. KTX관광레저는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인력 파견 업체다.

새마을호 여승무원 이은진씨는 “옮기기 싫다면 직접고용 역무 계약직으로 남을 수 있다고 했지만 역무 계약직 인원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재계약은 보장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새마을호 승무원 80% 정도가 전적동의서에 서명했으며 일부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역무계약자 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상태다. 부실한 용역업체로 가거나 불투명한 재계약을 기다리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7월이 오기전에…” 公기관 비정규직 칼바람

한국은행 계약직 운전기사 5명은 지난해 10월 재계약 없이 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는 한국은행이 감사원으로부터 고액연봉 운전직 문제로 지적을 받았던 때다. 하지만 사측은 고액연봉 직원은 그대로 둔 채 1~2년차 저임금 계약직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파견직으로 전환시켰다.

한국은행 비정규직 박한수씨는 “2005년 2월 입사 당시 인사담당자가 ‘한국은행 비정규직은 해마다 계약이 갱신되므로 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등 고용보장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12년차 계약직원이 근무중이며 1~2년차 계약직에 대한 계약거부는 이번에 처음 일어났다.

공공연맹이 입수한 한국은행의 비정규직 운용 지침 변경안에 따르면 ‘2년 미만 계약직은 계약해지하고 운전기사는 점차 파견으로 대체할 것’으로 지정했다. 직원외 인력 운용관련 유의사항 안내 조항에서도 ‘2006년 12월말 기준으로 근로계약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운전·노무직 상용 서무원에 대해 계약을 종료하거나 근로계약을 변경하라’고 돼있다.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내려보낸 비정규직법안 시행관련 공문.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 내려보낸 비정규직법안 시행관련 공문.

국립대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해 단체협상 과정에서 2006년 8월31일 기준으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240여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지난해말 12월31일자로 근무일수가 2년이 되는 비정규직들에게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의료연대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오은영 사무국장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이 아니라 2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고 있다”면서 “일부 부서는 계약기간을 3년에서 2년 이하로 줄인다”고 주장했다.

경북대병원은 노사합의에 의해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은 정규직 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3년 이상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최근 임신, 휴직 등 임시로 대체인력이 필요할 경우에만 채용해 왔던 임시직을 정규인원이 필요한 자리에도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계약해 채용하고 있다고 공공연맹측은 밝혔다.

공공연맹 이미경 미조직비정규 사업국장은 “우리은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조직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부각됐지만 대다수의 비정규직들은 조직화돼 있지 않아서 정확한 사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결국 인원과 예산이 편성돼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면서 “실질적인 대책없이 말로만 비정규직 문제를 외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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