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비정규직 ‘해고 사태’…반발 거세질듯

법원 경비원 ㄱ씨는 지난해 12월27일 갑작스레 해고됐다. 종무식을 이틀 앞두고서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ㄱ씨는 재계약될 것을 믿어왔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줄 알았는데 한 마디 예고도 없이 해고됐다”고 말했다.

벌써 비정규직 ‘해고 사태’…반발 거세질듯

비정규직보호법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일선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무더기 해고와 ‘신규 재계약’이 판치고 있다. 기관·기업들이 비정규직으로 2년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법을 악용,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 노동계는 애초 비정규직보호법에 반대해왔다.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그 중 한 사례다. 법원행정처는 2일 전국 법원에서 일하는 계약직 민간 경비원 40여명에 대해 지난해 말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지만 법시행을 앞두고 해고된 것이다. 법원은 또 직접 고용했던 민간 운전사들은 용역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고용은 유지돼도 급여 삭감 등 처우는 크게 나빠진다.

법원 직원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이 비정규직 양산법임을 법원이 만천하에 알린 것’ ‘(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비판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법원행정처 조직혁신담당관실 김진국 사무관은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원경비대가 새로 창설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재계약이 어렵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공무원노조 홍수영 총무국장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광명시청은 최근 상시 일용직 광고물 단속원을 2년 단위 계약직으로 재고용했다. 국립제주대학병원은 무기계약직이라는 별도의 직급을 만들어 비정규직 73명을 편입시킬예정이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은 보장되지만 임금 등에서 정규직에 비해 불리하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비정규직의 재계약을 유보해 놓은 상태다. 강원과학고는 상시직으로 채용하던 행정보조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기한의 기간제로 바꿨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은행이 최근 비정규직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592개 기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근로자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계약 해지하겠다’는 응답이 63.6%를 차지했다. ‘비정규직 업무 자체를 아예 아웃소싱하겠다’는 응답도 17.4%로 나타나 비정규직보호법이 되레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공공부문에서조차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는데 어느 민간기업이 이를 지키겠느냐”고 말했다.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