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檢 결국 무리한 수사

장은교기자

재판부, 전기통신법 조항 엄격히 적용

검찰 “법리 잘못 적용” 강한 불만 표출

법원이 20일 ‘미네르바’ 박대성씨(31)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전기통신기본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죄’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최대한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검찰은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재판부가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반발하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가 20일 무죄 선고가 난 이후 법정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미네르바’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가 20일 무죄 선고가 난 이후 법정 밖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 “허위” “공익 해할 목적” 엄격 해석=재판부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의 글이 사실이 아닌 점은 인정했지만 “허위사실을 인식하고 올린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폭넓게 인정… 檢 결국 무리한 수사

미네르바에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에 규정된 허위사실유포죄의 ‘허위’와 ‘공익을 해할 목적’은 그 범위가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을 어겨 위헌이라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 조항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다가 지난해 촛불시위 때부터 검찰·경찰이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올렸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박씨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추종되는 것에 고취돼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글을 인터넷에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문제의 글을 올린 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바로 사과한 후 삭제한 점 등을 볼 때 공익을 해칠 목적도 그럴 영향력도 없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은 정부가 정책을 비판하는 의사 표현을 형사처벌로 입막음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잣대로 개인을 쉽게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날 처음 법정에 나온 박씨의 부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씨의 아버지 박기준씨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무죄 판결이 나와 무척 기쁘다”며 “인터넷을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아들에게 힘이 돼주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심리한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사시 37회(사법연수원 27기) 출신으로 춘천지법·의정부지법·서울북부지법 판사를 지내고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 부임했다.

◇ 검찰 반발, 법정공방 2라운드로=검찰은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혀 미네르바 공방은 2라운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3차장은 “판결문을 본 결과 재판부가 증거의 취사 선택을 잘못해서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했고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배척해 공익침해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판결문에서 어떤 부분은 외환시장에 영향이 없다고 했다가 어디는 일부 인정된다고 하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검찰은 ‘계량화’를 ‘개량화’로 잘못 적은 판결문의 오타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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