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 반도체학과 정원 늘린다지만···지방대 계약학과 정원도 이미 미달

남지원 기자
.

.

서울 주요대학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과 손잡고 설립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반면 취업이 보장된 지방대 계약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한다며 전국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지방대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없이 정원만 늘린다면 오히려 지방대의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2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계약학과 정원 및 입학생·재학생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전국 대학 계약학과는 수도권 대학 340곳, 비수도권 대학 365곳 등 모두 705곳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정원 8712명, 재학생 8911명으로 충원율이 102.3%인 반면 비수도권 대학 계약학과는 정원 9356명, 재학생 8972명으로 충원율이 95.9%였다.

수도권 가운데서도 서울(105.5%), 경기(101.7%)는 정원을 채웠지만 인천(84.3%) 소재 대학 계약학과는 충원율이 낮았다. 비수도권에서는 특히 부산(73.1%), 경남(73.7%), 세종(77.8%), 광주(78.3%), 대구(80.3%) 등의 충원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학과는 개별 산업체가 대학과 협력해 교육비를 대고 산업체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과다. 기업들이 계약학과 학생을 채용하기로 약정하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채용조건형, 산업체 소속 직원들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운영하는 재교육형으로 분류된다.

지방대 계약학과가 미달인 것은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첨단산업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서울·경기에만 몰려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전국 반도체 관련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8곳 중 7곳은 서울·경기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곳은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다. 사실상 지방에는 대기업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전무한 셈이다.

.

.

반면 지방대에는 재교육형 계약학과들이 몰려 있고,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도 지역 중소기업들이 취업을 약정한 경우가 많다. 대구대 스마트시스템공학과, 목포대 소프트웨어학과 등 일부 지방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으로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도 했다.

정부는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한다며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수도권에서 4100명, 비수도권에서 3900명 증원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지방대 계약학과조차 외면받는 상황에서 지방대 지원을 위한 별도 정책 없이 첨단학과 정원만 늘릴 경우 오히려 대규모 미달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호 의원은 “재정악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악화일로인 지방대의 위기는 곧 해당 지역의 위기로 직결되고, 이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과 함께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