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FIFA는 어떤 조직인가

김세훈 기자

월드컵 개최·중계권·스폰서십 권리 막강
국제기구란 미명 아래 잘못도 처벌 못해

전 세계 축구를 주무르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어떤 조직이며 어떤 식으로 운영될까. FIFA가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FIFA는 왜 비리에 취약할까. FIFA 마스터 과정을 졸업한 대한축구협회 박용수 부장의 설명과 FIFA의 공개 자료 등을 근거로 FIFA의 정확한 실체와 숨겨진 전략에 접근해본다.

FIFA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정할 때 투표권을 가진 것은 26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온갖 비리 의혹이 제기됐고 많은 게 사실로 밝혀지면서 FIFA는 월드컵 개최지 결정권을 209개 회원국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총회로 넘겼다. 원래 FIFA 회장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총회는 월드컵 개최지 투표권을 가져와 권한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FIFA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숱한 의혹의 눈길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총회로 넘긴 것은 남자 성인 월드컵 단 1개다. 그외 여자월드컵, 청소년 월드컵 등의 개최지 결정권은 여전히 집행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세상 속으로]FIFA는 어떤 조직인가

FIFA는 자기권리 보호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왔다. 거기에 국제기구라는 특성까지 가미돼 더욱 공고한 방패가 됐다. 그게 FIFA가 비리에 약한 이유다. 박 부장은 “FIFA는 그동안 자기권리를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법무팀과 재무 전문가, 세무사 등이 중계권 계약·월드컵 개최국 유지 계약·스폰서십 계약 등에서 빠져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FIFA의 권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월드컵을 개최하거나 월드컵 중계권과 스폰서십을 따내려면 FIFA가 요구하는 계약서 세부조항에 모두 응해야만 가능하다”며 “이만큼 FIFA는 축구에 대해서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기구는 일반적으로 사법적인 사각지대에 있는데, FIFA도 마찬가지”라며 “FIFA가 잘못이나 비리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처벌할 단체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배·보호·지원이 교묘하게 조화된 회원국 관리법도 FIFA의 권한을 강화시킨다. 총회는 1인 1표제다. 대외적으로 FIFA가 민주적인 조직처럼 보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이게 FIFA 최고위층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FIFA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약소국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면서 ‘표심’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FIFA는 매년 모든 회원국에 8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내려준다. 다수 약소국가 축구협회 회장에게는 엄청난 액수다. 그리고 ‘골 프로젝트’ 등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약소국들은 FIFA로부터 또 다른 재정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돈은 FIFA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영국·독일 등 강대국들에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블라터 회장이 비리 의혹에 휘말릴 때마다 영국·독일은 공격을 가하고 다수 약소국가들은 침묵을 하거나 블라터를 옹호하는 자세를 취한다. 총회의 결정이 거의 모두 98% 안팎의 압도적인 찬성 또는 반대로 나오는 까닭이다.

[세상 속으로]FIFA는 어떤 조직인가

209개 회원국의 투표로 남자 성인 월드컵 개최국을 결정하고 FIFA 회장을 뽑는다고 해도 결국 주도권은 FIFA 회장이 쥐는 구조다. 박 부장은 “FIFA는 회장 권위에 대항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피라미드 조직”이라며 “회장에게 반항해 실패하면 무조건 쫓겨난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FIFA의 1년 수입은 1조5000억원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다른 어떤 국제스포츠 조직보다 규모가 크다. 수입의 대부분은 남자 성인 월드컵에서 나온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에서 번 돈으로 4년 살림을 전부 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FIFA는 무엇보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FIFA 직원은 300여명이다. 평균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억원이 훨씬 넘고 성과급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FIFA 직원들의 평균 근무 연수는 짧은 편이다. 박 부장은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직원들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FIFA를 떠나 대륙 또는 국가 단위의 축구단체 등 FIFA보다 작은 조직의 고위직으로 옮긴다”고 전했다. 회장과 함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집행위원들은 기본적인 보수는 없지만 연간 20만달러 선의 활동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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