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책]대통령과 책

‘책 읽는 대통령’인 김대중 대통령(이하 DJ)이 1998년 거처를 일산에서 청와대로 옮길 때 가장 고심한 것은 책을 옮기는 문제였다. 아직도 많은 책이 일산에 남아 있다고 한다. 정규 대학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독서를 통해 지식과 경륜을 키운 독서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이 쓴 ‘DJ와 책’(범우사)은 DJ의 저서, DJ에 관한 책 등을 다룬 ‘DJ의 책에 관한 책’이다. 김주필이 출판전문지 ‘책과 인생’ 98년 7월호부터 2년여간 연재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저자(著者)로서의 DJ의 면모와 DJ 관련서에 얽힌 출판 경위 등 비화(●話)를 엿보는 재미가 솔찮다.

DJ는 ‘결벽성’ 탓에 “직접 써야 안심하는 사람”이다. 선거철에 나오는 책의 대부분이 유령작가(Ghost Writer)가 써주는 ‘타서전’인 점과 대비된다. 물론 DJ의 초기작들인 ‘대중경제 100문 100답’ ‘분노의 메아리’ ‘내가 걷는 70년대’ 등은 그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되면서 “정치적 목적에서” 펴낸 책들이지만 여느 정치인의 홍보책자와는 다르다.

예컨대 DJ 경제정책인 ‘대중경제론’의 근간을 처음 제시한 71년작 ‘김대중씨의 대중경제-100문 100답’(범우사)은 당시 정가 100원의 문고판에다가 ‘선거용’ 책자였지만 아직도 DJ의 경제관·경제정책을 살피는 중요 자료다. 대통령 당선 후 천명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론(論)과 80년대 미국망명중 쓴 ‘대중경제론’(하버드대 출판부)도 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DJ의 많은 저서 가운데 ‘탈정치적’인 책으로는 정계를 은퇴한 ‘야인 김대중’이 쓴 첫 에세이집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김영사), 정치와는 무관한 철학·사상·통일방략을 정리한 ‘나의 길 나의 사상’(한길사) 등이 꼽힌다.

반면 DJ 관련서는 대개 ‘김대중 죽이기’ 책들이다. ‘김대중 죽이기 출판물’의 원조는 86년 나온 ‘金大中 정치방황 30년’. 이어 ‘동교동 24시’ ‘김대중 X파일’ ‘영웅의 최후’ 등이 선거국면마다 나왔다. DJ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책은 단연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약용의 ‘목민심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중국의 제왕학 교본이라는 ‘정관정요’를 즐겨 읽었다는데 그들이 밝힌 통치철학과는 다르게 반목민(牧民)·반정관(貞觀)적 통치스타일을 보였다. DJ는 퇴임 후 국내외 도전들에 대해 창조적으로 응전했다는 국민적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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