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왕건 장수들‘귀빈’대접에 즐거운 비명

‘태조왕건’(KBS 1TV)에 등장하는 왕건의 장수들이 그 후손이 개최하는 각종 행사에 귀빈으로 초청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복지겸 역의 길용우, 신숭겸 역의 김형일 등은 ‘태조왕건’ 세트장인 문경·안동 외에 각 종친회가 벌이는 문화행사장에 다니느라 바쁘다. 인기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시조(始祖)를 직접 만나려는 종친들의 열망 때문이다.

길용우(46)는 서울 양재동에 자리한 ‘재경복씨종친회’에도 자주 초대될 뿐 아니라 지난 4월 복씨종친회 초청으로 당진 면천에도 다녀왔다. 복지겸이 면천 복씨의 시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개최된 ‘진달래축제’에 참가해 복지겸 장군 가장행렬도 하고 주민들이 참가한 노래자랑대회의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면천에는 복지겸의 사당과 그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어요. 또 복지겸이 은퇴한 후 병들었을 때 그의 딸이 진달래로 술을 만들어 올렸다는 ‘두견주’가 있더군요. 종친분들이 얼마나 반갑게 맞아주시던지, 아예 제가 복씨인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도 계시던 걸요”

실제 복지겸의 은퇴시기와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다. ‘태조왕건’의 김종선 프로듀서는 “복지겸이 은퇴하고 면천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록은 없다”면서 “복지겸의 마지막 처리를 두고 현재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복지겸을 한달 뒤에 촬영될 ‘공산전투’에서 전사하는 것으로 처리할지, 이후 다른 사건으로 최후를 맞게 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길용우는 말타는 장면이 많았지만 20년간 승마를 해온 프로여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올 여름 무더위가 심해 말들이 자주 과격해지는 바람에 제작진은 진정제 주사를 놓으며 촬영해야 했다. 그러나 말들이 통제되지 않아 일부 단역배우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신숭겸 역의 김형일(42)은 지난 4월과 8월, 신숭겸의 묘역이 있는 강원 춘천(당시 광해주)에서 평산 신씨 종친들과 함께 제를 지냈다. ‘능산’으로 불린 신숭겸은 전남 곡성 출신이지만 평산 신씨의 시조이다. 왕건과 평산지역을 순시하던 중 나는 기러기를 활로 맞혀 신궁을 인정받으며 왕건이 성씨를 내렸다는 것이다. 신씨 종친들은 김형일에게 “시조 역할이니 부디 잘 해달라”며 응원하고 있다.

“종친들과 제를 올리는데 저를 마치 진짜 할아버지 대하듯 하셔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묘역은 물론이고 신숭겸의 묘도 왕릉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해 놀랐어요”

신숭겸의 묘역은 역사적으로 화려할 수밖에 없다. ‘고려사’에 따르면 왕건이 자신의 묘역을 내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신숭겸은 공산전투에서 견훤 군대에 포위된 왕건을 구해내고 자신이 왕건의 옷을 입고 대신 죽음을 맞았다. 아끼던 장수가 자신을 대신해 죽자 왕건이 자신의 묘역을 내준 것이다. 또 적군이 신숭겸의 머리를 잘라가자 그의 머리를 황금으로 만들어 시신과 함께 안치했다. 신숭겸 묘의 봉분이 3기인 것도 당시 황금머리를 파내갈까봐 구별하기 힘들도록 여러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김형일은 오는 10월 대구 동구 지묘동에서 열리는 ‘공산전투 재연 문화행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신숭겸 장군 유적’이 있는 이곳에서 신숭겸 장군복을 입고 단역배우들과 함께 왕건의 8공신이 전사했다고 해서 ‘팔공산 전투’로도 불리는 당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사극만 5년째 출연하고 있다는 김형일은 “지난 2년여 동안 고생도 많았지만 말타고 활쏘며 용맹한 장수 역할을 하면서 보람도 컸다”며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한편 박술희 장군 역의 김학철(42)은 아직 공식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면천 박씨 종친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박술희는 왕건이 숨을 거둘 당시 군국대사를 맡아 훈요십조(訓要十條)를 전수받은 인물이다. 면천군에 봉해져 후손들이 본관을 면천으로 했다. 극중에서 아자개의 딸 대주와의 사랑에 실패해 혼자 사는 것으로 나오는 박술희는 실제로 그의 직계 후손에 대한 기록이 없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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