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명사]‘신씨 가족 對 MIT’소송 사건

“MIT는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학생들을 잡는 압력밥솥(pressure cooker)이며 학생들의 사생활을 필요 이상으로 보호, 그들의 심각한 문제를 부모에게 제때 알리지 않음으로써 죽음을 불렀다”. 이렇게 주장하며 미국의 대표적인 대학과 싸우고 있는 한인 부모가 있다. 맨해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신조현씨와 미용실을 운영하는 부인 기숙씨. 이들은 ‘Shins’란 이름으로 미국 언론과 대학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 4월 학업에 대한 중압감과 만성적 우울증으로 기숙사에서 타이레놀과 코데인을 칵테일해서 마시고 불을 질러 자살한 MIT 생물학과 2학년 엘리자베스가 그들의 맏딸이다.

이들은 지난 1월 학교측에 보호 의무 태만과 부당한 죽음의 책임을 물어 2천7백만달러(3백50여억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부부가 뉴욕타임스 매거진 이번주 호에 A4 용지 17장 분량의 특집기사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누가 엘리자베스 신(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가?’라는 기사의 제목대로 엘리자베스의 자살과 ‘신 대 MIT’ 소송 사건은 법적·교육적·인종적 문제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씨 부부의 주장은 엘리자베스는 한번도 부모를 실망시킨 적이 없고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한 아이로 정신병이 그렇게 위험한 상태였는 줄 전혀 몰랐다는 것. 따라서 수차례 상담과 자살 시도를 통해 그녀 문제의 절박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학교에서 미리 전화 한 통만 해줬더라면 딸을 즉각 입원시켜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비통해 하고 있다. MIT는 다른 대학들 평균치보다 학생 자살률이 3배 높다는 사실도 간접자료로 제시했다. 반면 학교측은 우선 학생은 사생활 법(privacy law)의 보호를 받는 성인으로 부모의 불필요한 개입에 의해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가 친구들에게 ‘난 엄마가 싫다’고 말한 것도 그 이유의 하나라고 학교측은 밝혔다. 죽기 두달 전 자살을 시도했을 때 어머니가 크게 화를 낸 사실도 공개했다. 고교 시절 졸업식 고별 연설자(수석)로 뽑히지 못하고 개회사 발표자(차석)로 밀린 뒤 자신의 팔뚝을 칼로 벤 사건 역시 부모의 ‘사전 인지’ 증거로 제출됐다.

물리·화학보다는 영어를 더 잘한 엘리자베스는 예일대에도 합격했으나 부모의 뜻과 달리 MIT를 선택했다. 그리고 실험 과목을 비롯한 공부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부 외에 클라리넷, 펜싱, 요가에도 열심이었던 ‘완벽주의자’이기도 했다.

〈정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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