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좋다 ‘맛없는 배신’은 없다

뭔가 특별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낯선 곳에서 한끼를 해결해야 할 때, 혹은 주머니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지만 가족들의 성화로 외식을 해야 할 때…. 이럴 때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곳이 ‘기사식당’이다. 택시기사들의 입맛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어서 그들이 보증하는 식당은 안심하고 들러도 실망하지 않는다. 피곤하고 마음이 바쁜 기사들이 빠른 시간안에 식사를 해결하는 기사식당은 적정한 맛을 유지하면서 양이 많고 가격이 싼 것이 특징. 또 요즘처럼 주차난을 겪는 세상에 주차하기 편하고 성질이 아주 급한 이들이 가도 화내기 전에 식사가 나오는 곳. 껌과 커피 등의 서비스가 확실한 곳이 기사식당이다.

◇개인택시운전사 100명 추천 기사식당 베스트5

개인택시조합에 소속된 개인택시 기사 100명에게 서울시내 ‘기사식당 베스트5’를 설문조사했을 때 뜻밖에 수십곳이 추천되어 곤란을 겪지는 않았다. 기사들의 입맛과 주차시설을 만족시켜주는 곳이 썩 많지 않기 때문. 또 기사 가운데 절반은 점심식사를 자신의 집에서 해결한다고 응답했다. 아내의 사랑과 솜씨가 담뿍 담긴 ‘우리집 가정백반’ 외에 개인택시 기사들이 가장 자주 들른다는 기사식당 다섯 곳을 소개한다.

#고기 1인분도 주문 가능 -돼지갈비집

문을 연 지 40년이 된 기사식당의 원조격. 옛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장수비결이다. 메뉴는 돼지갈비백반, 돼지불고기백반, 돼지주물럭백반, 도가니탕 4가지. 주문을 하면 주방에서 연탄불로 돼지고기를 구워 내온다. 상추에 고기와 함께 밥, 쌈장, 마늘을 넣고 먹으면 한입 가득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마늘장아찌의 알싸함, 양념장의 매콤달콤함이 어우러져 후딱 밥 한공기와 고기를 먹게 된다. 다른 고기집과 달리 이 식당의 장점은 1인분 주문을 받는다는 것. 식성에 맞게 불고기, 갈비, 주물럭 등을 따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갈비와 불고기 1인분 가격은 5,000원. 식사와 계산을 마치면 주인이 커피를 뽑아먹으라며 100원짜리 동전을 준다. (02-764-2420)

#기사들이 키운 식당 -송림식당

택시를 타고 ‘송림식당’에 가자고 해도 웬만한 기사들이 다 알 만큼 유명한 곳. 자양3동 마을버스에 ‘송림식당 앞’이란 안내문도 쓰여있다. 이 식당이 성공을 거두면서 주변에 10여곳이나 기사식당이 몰려들었으며 인근에 주차타워까지 생겼다. “우리들이 키웠다”고 기사들이 대신 흐뭇해할 만큼 성장했지만 변함없는 친절로 단골을 놓치지 않는다. 주메뉴는 돼지불백(4,500원). 이 식당에 자주 온다는 택시기사 이동현씨(45)는 “20년 단골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주인아주머니가 누구에게도 똑같이 친절한 것이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02-457-5473)

#어른 얼굴만큼 큰 돈가스-남산돈까스

남산 케이블카 근처에는 설렁탕, 순두부, 김치찌개 등 각종 다양한 메뉴의 기사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이 가운데 기사들만이 아니라 가족손님도 많은 곳이 남산돈까스. 어른 얼굴만큼 큰 돈가스에 푸짐한 야채와 밥, 김치와 풋고추, 수프가 곁들여져 나온다. 가격은 5,000원. 경쟁이 치열해서인지 주차요원들이 바깥까지 나와 인사를 하며 간단한 세차서비스도 해준다. 바로 옆에 카센터가 있어 식사중 정비도 받을 수 있다. 기사 김광석씨는 “기름진 돈가스를 먹으면 속이 든든해 지치지 않고 운전할 수 있어 자주 먹는다”며 “값도 싸고 고소하다”고 좋아했다. (02-777-1976)

#고소한 국물, 아삭아삭 깍두기-영동설렁탕워낙 강남에 커다란 규모의 설렁탕집이 많이 생겨 예전처럼 영화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날김치와 묵은김치. 그리고 깍두기가 맛있다. 잘 익은 깍두기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아삭아삭한 무의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은 이들이 이 집을 찾는 이유. 신사동사거리에 있으며 인근에 ‘큰집’ 등 설렁탕 전문점이 많지만 주차시설이 가장 편하다는 것도 장점. (02-543-4716)

#감자탕 한 그릇 속 후련-송가네

동교동 굴다리 부근에 위치한 마포구 연남동은 기사타운으로 불릴 만큼 대부분의 손님들이 기사들이고 기사식당 간판을 내건 곳이 많다. 20년 전통의 송가네는 이 겨울에 어울리는 뜨끈한 감자탕과 보쌈이 주요메뉴. 감자탕이 끓는 동안 보쌈에 곁들여져 나온 돼지고기와 싱싱한 굴을 싸서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감자탕 역시 칼칼하고 감자도 폭신하고 맛있다. (02-3141-6557)

/유인경기자 al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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