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되풀이 이라크 안타까워요’

1993년 10월 열린 ‘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이라크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종료 10초전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 축구에 월드컵본선 연속 3회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뒤 주한 이라크대사관에는 “이라크여, 고맙다”는 감사전화가 쇄도했다.

그랬던 이라크이지만 1년 뒤인 94년 대사관이 걸프전 뒤의 경제사정 악화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철수하면서 국내에서는 그 흔적조차 제대로 찾을 수 없을 만큼 잊혀진 나라가 되었다.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선수였던 자심이 국내 프로팀인 안양LG와 포항스틸러스에서 96~2002년에 활약했고 몇몇 이라크인들이 아랍어강사나 사업 목적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게 고작이다.

20일부터 시작된 미·영의 가공할 만한 공격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면서 114로 이라크대사관 전화번호를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89년 공식외교채널을 수립한 뒤 서울 한남동 33의 6에 자리잡았던 이라크대사관 자리에는 현재 멕시코대사관이 들어서 있다. 영사관과 연락사무소도 없다. 유일한 창구로 명예영사가 있다.

신정일 전 통일한국당 대표 겸 한얼교 법통이 명예영사를 맡다 99년 4월 작고한 뒤 장남인 세원씨가 대를 이어 맡고 있다고 한다.

한국·아랍친선협회 주관으로 28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아랍을 찾아서’에도 이라크와 관련된 작품은 단 한점도 없다. 협회의 구미란 과장은 “국내에 이라크대사관이 없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조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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