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간시설 공습피해 불가피”

전쟁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희생이 커지고 있다. 애초 미·영 연합군측은 군사시설만 공격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미사일 공격은 민간시설과 주거지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직접 당사자인 미국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미군은 경우에 따라서는 민간시설도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6일 오전 2시30분쯤 바그다드 북부 근로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알 샤브라는 아파트 단지에 최소 2기의 미사일이 떨어져 14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고 이라크 관리들이 밝혔다.

미 국방부는 미사일 9기를 발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것이 알 샤브 지역에 떨어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또 이 지역의 피해가 연합군의 미사일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라크군이 발사한 대포 때문일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책임을 이라크측에 떠넘긴 것이다.

미 중부 사령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바그다드에 설치된 미사일과 발사대는 연합군에게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격받을 것”이라며 “이라크는 시민 거주지역에 이같은 무기를 설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령부는 또 “연합군은 시민과 시민시설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라크군이 시민사이에 무기를 둔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군의 이같은 입장에 따라 앞으로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민간인 희생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이라크군이 시민시설과 동떨어진 개활지에 주둔해 연합군에게 좋은 표적을 제공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연합군이 시내 곳곳에 위치한 이라크군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폭격도 오폭인지, 의도된 공격이었는지 아직 불분명하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폭격 현장은 참혹하다. BBC방송은 피폭 순간 굉음과 함께 인근지역 전체가 크게 흔들렸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가운데 건물외벽이 날아갔다고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이라크인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며 민심을 얻는 것이 전쟁의 핵심인데도 연합군은 이에 실패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처럼 처참한 피폭현장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좋은 선전물이 되고 있으며 아랍권으로부터 동정을 얻어내는데 사용된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정확한 민간인 피해 집계는 없지만 개전 이후 7일 동안 민간인 사상자는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군이 구체적인 민간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는 가운데 지난 21일 이후 이라크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200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22일에는 남부도시 바스라에서는 민간인이 70명 이상 숨지고 366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의료진들은 시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1,0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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