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족보 어떻게 만들었나

족보는 양반의 밑천이었다. 족보가 있어야 양반행세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상민들은 족보를 만들 처지가 되지 못했으니 남의 족보에 끼어 드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을 찾았다. 그 대표적 방법 몇 가지를 알아본다.

첫째로는 족보에는 무사(無嗣, 자손이 끊어진 사람)여서 자손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아들도 없고 양자를 두지 않아 빈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끼워 넣는 것이다. 이를 투탁(投託, 보통 투택이)이라 한다. 이는 말할 나위도 없이 특정 종중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대개 그 대상은 족보만 시렁에 올려놓고 벼슬도 얻지 못해 재산이 별로 없는 종중이었다.

그 대가로 쌀 몇 섬 또는 논 몇 마지기를 내야 했다. 또는 족보를 만드는 경비를 듬뿍 대기도 했다. 투택이가 이루어지면 정식으로 족보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 별보(別譜)라 하여 족보 가운데 끼워 넣거나 부록에 별도로 표시했다. 또 별보를 ‘붙이기 일가’라 불렀다. 붙이기 일가는 시제나 향사를 지낼 적에도 참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경비를 부담했다. 제 조상보다 더욱 정성을 들여야 했다. 그래야만 따돌림이나 멸시를 적게 받을 수 있었다. 붙이기 일가는 족보에 기재된 항렬이 아래인 조카뻘이나 손자뻘에게도 함부로 반말을 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족보의 기재에 따라 행사하는 장유권(長幼權)을 행사하지 못했다.

붙이기 일가는 거의 종중 집단거주마을에 살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살았다. 남들에게 붙이기 일가임을 감추려는 의도였다. 족보로 벼슬자리 밑천을 삼을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상놈’이라는 손가락질을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재산이 많고 지식이 조금 있는 상인들은 아예 남의 족보를 위조하거나 유명한 인물에 끼워넣기도 했다. 곧 보학에 밝은 인사를 초빙해서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실이 어긋나면 발각되기 쉬워 신중을 기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개의 몇 대 손으로 만들고 이름자에도 거기에 맞는 항렬을 따르고 조상의 내력도 익혀 두는 것이다. 이들은 결코 본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도 손색이 없는 지식을 과시했다.

자식들에게도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고 교육을 시켜두었다. 세월이 지나면 어엿하게 족보를 내밀며 양반행세를 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신분상승을 꾀한 한 상징적 욕구의 표현이었다. 이런 거짓 족보

를 위보(僞譜)라 한다. 이들을 나무라거나 비웃을 일이 아니다. 양반, 상놈을 차별하는 사회구조 탓이며 상인에게 벼슬을 주지 않는 신분차별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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