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게 변한 한국인 입맛

〈스티븐 리비어/한양대 교수〉

미국의 설탕 뿌린 밀가루 튀김인 일명 도넛을 파는 체인이 근래 한국에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이 도넛 체인이 7년 전부터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신세대들이 북적이는 지역을 지나다 보면 이 체인점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 서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무료로 도넛을 시식하게 하는 그들의 판매전략이 기다리는 즐거움을 더하는 듯하다. 최근 필자의 집 근처에 닭갈비 식당이 생겼다. 그곳은 늘 젊은 손님들이 많고 북적인다.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며칠 전에 신토불이 음식을 고집하는 40대 한국인 친구와 함께 갔다. 그런데 주문을 받는 종업원의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치즈 추가 하시죠?” 우리는 “닭갈비에 치즈?”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한참 웃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젊은이들은 대부분 치즈를 추가한 상태였다.

외국 음식이 한국의 식탁을 점령한 현상이 나타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199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내 기억으로는 달고 느끼한 튀긴 음식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 직수입된 레스토랑에 가기 위해선 이태원이나 강남까지 나가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과점의 케이크도 그리 달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 와서 많이 듣던 소리 중 하나가 “짜네!” 혹은 ‘너무 느끼해요”였는데 최근에는 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위에 언급된 달거나 짜거나 혹은 느끼한 음식을 먹지 말라고 조언할 때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그래도 맛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음식이 정말 맛이 있을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드린다면 아마 반응이 다를 것이다. “너무 달다!” 혹은 “너무 느끼하다!”란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어떤 음식에 대한 반응을 한번 생각해보자. 입맛은 객관적인 견해가 아닌, 사람의 습관과 문화로 결정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기가 자신의 입맛을 결정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얼마 전에 영국의 명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제이미의 학교 급식(Jamie’s School Dinners)’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올리버는 학교 급식에 나오는 튀긴 음식을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으로 바꾸었다. 새로운 음식이 나오자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소리를 외치는 아이들, 우는 아이들, 게다가 토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올리버의 굳은 신념 덕분에 결국 아이들을 설득시키고, 그들의 입맛을 새로운 급식 메뉴에 맞추어 가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비만을 줄이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말썽을 줄이고 아이들의 성적까지 오르는 긍정적 현상들이 나타났다.

필자는 주로 잡곡밥에 찌개와 함께 채소로 된 반찬 여러 가지를 먹는다. 이렇게 먹고 나면 몇 시간 동안 든든하고 건강식으로 먹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식단은 소화와 배설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설탕 뿌린 밀가루 튀김을 먹을 때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산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자의 식생활을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 같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 있던 필자의 입맛은 한국의 건강식으로 바뀌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자라나는 신세대들이 점점 더 자극적이며 해로운 음식을 선호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아쉬움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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