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편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두 감독 ‘신재인·박성훈’

신재인·박성훈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신감독은 서울대 화학과에 입학, 철학과로 전과를 했다. 박감독은 경희대 물리학과를 중퇴했다.

신감독은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영화에 눈떴다. 사법외무고시 1차 시험에 모두 합격한 그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어쌔신’ 등을 보다 비디오에 중독, 하루에 5편씩 봤다. 단편집 ‘포도주’를 탈고했으나 출판해주겠다는 곳이 없자 영상화를 결심,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17기)를 졸업했고, 단편 ‘소세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로 일찌감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박감독은 만화 실력을 발휘, 독립영화 스토리 보드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을 통해 현장경험을 쌓은 뒤 ‘품행제로’ ‘S 다이어리’ ‘새드무비’ 등을 통해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았다.

신감독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좀비(zombie)가 돼 꿈속에 나타난다는 내용을 기본 축으로 한 상업영화 ‘어머님이 오셨다’(제작 씨네클릭아시아·블루스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완성, 내년 봄에 개봉할 계획이다. 이어 우등생인데 미모는 떨어지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쁜 것들은 다 죽어’를 완성한 뒤 ‘김갑수의 운명’과 ‘심은하의 잠적’에 달려들 예정이다. 박감독은 상업영화 프로듀서를 하면서 좀비영화와 재난영화, 페미니즘 영화 등을 두번째 연출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 ‘신성일의 행방불명’ 신재인 감독

[영화]장편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두 감독 ‘신재인·박성훈’

신성일(조현식)은 ‘식욕은 곧 죄’라는 보육원 원장(예수정)의 가르침에 따라 단식한다. 전입생 이영애(문슬예)는 원장의 교리를 무시하고, 김갑수(우준영)는 원장에게 반기를 든다. 보육원을 뛰쳐나온 신성일은 식욕을 즐기는 세상을 경험한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식욕과 죄의식에 관한 영화다. 신재인 감독(35)은 식욕과 이에 대한 억압을 소재로 우리가 아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시선으로 조명, 베를린·밴쿠버·부산 등 국내외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떤 계기로 착안했나:“밥은 공개적으로 같이 모여 먹고 변은 따로 은밀히 보는 데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봤다. 시나리오는 2002년 영화진흥위원회 디지털 장편영화 제작지원 공모 마감을 사흘 앞두고 서둘러 썼다.”

제작비는 6천5백만원. 영진위 지원금 3천만원에 개인 돈을 보탰다. 영화사 ‘마술피리’에서도 투자를 했다. 2003년 겨울에 찍었는데 비용문제로 후반작업이 늦어졌고, 키네코(디지털을 필름으로 전환)를 하지 못한 채 비디오 상태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한 영화사에서 키네코 비용(5천만원)을 대주겠다고 했는데 신감독은 다음 영화 제작비로 쓰려고 키네코를 하지 않았다.

▲힘들었던 점은:“시나리오 수정과 프리 프로덕션을 한달반동안 다 끝내려 했는데 약 석달이 걸렸다. 보육원 오픈세트 등 독립영화 치고 규모가 작지 않은데 소수의 인원으로 하다 보니 밤샘을 해도 일이 끝이 없었다. 개런티 문제로 캐스팅이 엎어지면서 크랭크 인을 두번 미뤘고,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후반작업도 비용 때문에 직접 했다.”

[영화]장편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두 감독 ‘신재인·박성훈’

▲크레디트에 올라간 이름이 많다:“연출·제작부 등 많은 파트가 프리 단계 따로, 촬영 단계에서도 고아원과 도시 부분에 따라 다 다르게 꾸며졌다. 하루 이틀 도와준 분들이 많다. 개런티가 없거나 적어 오래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모든 단계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흑백과 컬러를 혼용한 이유는:“흑백을 좋아한다. 디지털은 컬러 상태가 떨어진다. 억압받는 고아원 장면은 흑백으로 아름답게, 해방 공간인 바깥 세상은 현실적으로 추하게 담고 싶었다. 시종 논리적인 베이스로 교차시키지 않았지만….”

▲극중 이름을 유명 배우 이름으로 했다:“많은 이들이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신성일이 주인공이 된 것도 ‘그 신성일’이 아니라 ‘다른 신성일’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영화는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 등 정치적으로도 읽힌다. 신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때 한국영화를 많이 봤다는 관객에게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어떻게 보느냐는 건 관객의 마음”이라고 답했다.

▲하고 싶은 말은:“없다. 다만 나도 한 관객으로 이 영화를 볼 때 믿음과 배반에 관한 영화로 읽힌다. 원장의 교리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생겼고, 충실한 추종자는 피해를 봤다. 이런 이야기를 성욕(김갑수의 운명)과 출세욕(심은하의 잠적)을 소재로 몇 편 더 해보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신성일의 행방불명’에 대해 “진정 독창적인 영화… 보는 이의 고정관념이 행방불명되어 버린다”고 평했다. 한 관객은 “돈 있는 사람은 신재인에게 투자하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2003년 제작사 신재인랜드를 설립한 신감독은 “사업자등록도 되어 있고 세금도 내는 훌륭한 회사”라며 “관심있는 영화인들의 참여(shinjane@naver.com)를 희망한다”면서 미소지었다.

# ‘썬데이 서울’ 박성훈 감독

[영화]장편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두 감독 ‘신재인·박성훈’

왕따를 당하는 고교생 도연(봉태규)은 지연(고은아)을 짝사랑하는데 도연과 지연은 늑대인간이다. 한 청년(박성빈)은 연쇄살인을 하는데 피살자들은 모두 귀신이다. 무예를 연마해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태풍(김수현)과 그를 돕고 사랑하는 천재 무술소녀(이청아)은 원수지간이 된다. 술값 닦달을 하던 포장마차 주인(김수미)은 외계인간이다.

‘썬데이 서울’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유별난 이야기를 다뤘다. 박성훈 감독(36)은 이를 코미디·공포·액션·SF 등 각기 장르에 담아냈다.

▲어떤 계기로 착안했나:“상업영화 프로듀서를 하면서 제도권에서 안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S다이어리’와 ‘새드무비’ 사이에 짬이 생겨 영화로 재밌게 놀고 싶은 궁리를 하다가 구상했다.”

이때가 2004년 11월. 세 단편에 에필로그를 추가, 박지원·백은진·김희연 등과 함께 한달 만에 시나리오를 썼다.

▲제작비는:“7억원이다. 소빅창업투자·DCG plus에서 투자를 받았다. 모든 배우·스태프들이 개런티를 개봉 후 수익 분배 방식으로 받는 데 응해준 덕분에 가능했다. 한 영화사에서 30억원을 대겠다며 상업영화로 만들어보자고 했지만 배우·스태프들이 반대해 초심을 지킬 수 있었다.”

7억원은 필름값, 기자재 임대료, 차비·식대 등에 쓰였다. 촬영기간은 약 50일. 세 단편을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방안이 차질을 빚어 박감독이 모두 연출하게 되면서 다소 길어졌다.

[영화]장편 데뷔작으로 주목 받는 두 감독 ‘신재인·박성훈’

▲왜 ‘썬데이 서울’인가:“대중 주간지 ‘선데이 서울’이 스토리 구상의 모티브가 됐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비범한 사건들로 채워진 ‘선데이 서울’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 열독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선데이 서울’의 아날로그적 정서를 디지털 세대의 인터넷 문화들과 접목시켜 고정관념을 깨고, 상상을 초월하는 즐거움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다.”

▲‘선데이 서울’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각 사건의 목격자인 고교생 덕규(전재형)와 철가방 진수(용이)가 ‘선데이 서울’을 펴고 덮는 것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잡지를 쓰는 게 저작권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 촬영한 장면을 모두 삭제했다. 영화에 활용하기 위해 한달 동안 찍은 다큐 필름, 각 에피소드 내 덕규와 진수의 목격장면, 주인공들의 이야기 가운데에도 편집된 게 많다.”

각 에피소드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게 이 때문. 각 에피소드의 내러티브가 다소 튀는 것도 마찬가지.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받아 상영된 작품의 러닝타임은 132분인데 개봉작은 95분으로 37분 정도가 편집된 것이다.

▲관객들 반응은:“지난 주말 이틀 동안 무대인사를 영화 상영 뒤에 했다. 관객의 반응을 보고 대화를 나누려고. 포복절도할 정도로 깔깔 웃는 관객들이 20% 정도였고, 의아해 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속았다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컨대 봉태규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1부에만 나오고, 그조차 그가 늑대인간이 된 이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관객을 배려, 그들에게 더욱 더 많은 정보를 전달했어야 했다.”

박감독은 이와 관련, “영화를 3~4번씩 보는 마니아 관객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영화적 발상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데 열정을 쏟겠다”고 밝혔다.

〈글 배장수|사진 박재찬·김영민기자 cameo@kyunghyang.com〉

〈배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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