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인권’ 정신병원]환자검증 ‘무용지물’

정신질환자들 사이에서 ‘퇴원’은 하늘의 별따기로 통한다.

정신질환자의 퇴원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지만 사실상 의사의 주장이 주로 반영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보건법에는 환자 입원기간이 6개월 경과할 때마다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퇴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심사는 강제입원이나 가족동의 등 환자 본인이 아닌 타인의 동의로 입원한 환자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16개 광역자치단체마다 위원회를 구성, ‘억울한’ 정신병자가 없도록 매달 심사를 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광역자치단체별로 심사하는 환자 숫자에 비해 심사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구가 많은 광역시의 경우 한 달에 800여건의 환자를 심사한다. 그러나 심사시간은 불과 2시간 남짓. 제대로 된 면접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의사의 주장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환자의 의사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2004년의 경우 7만5천7백80건의 심사가 이뤄졌지만 퇴원 결정이 난 것은 불과 2.2%였다. 나머지 7만4천99건은 계속 입원을 해야 한다고 결정됐다. 퇴원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셈이다.

그나마 위원회 결정은 번번이 무시되기 일쑤다. 위원회가 퇴원결정을 내려도 일선 병원에서는 서류상으로만 퇴원조치하고 실제로는 계속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다.

2003년 4월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강모씨와 이모씨는 퇴원판정을 받았지만 각각 5일과 7일 뒤에 재입원했다. 강씨 등의 부모는 병원에 위탁보호각서를 제출했고 병원은 퇴원시키지 않고 계속 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집으로 데려온 뒤 또 다시 자녀가 가출, 노숙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라는 게 부모의 항변이었다. 정신병원에 팽배한, 가족과 병원의 편의주의에 환자들의 인권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조현철기자 cho1972@kyunghyang.com〉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