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 누가 그런데 가요?”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 홍대 앞. 땅이 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 앞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미니 스커트와 배꼽티, 힙합 바지 등 패션만큼이나 인종도 다양하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클럽데이’ 때문이다. “라이브 클럽이오? 에이… 요즘에 누가 그런데 가요? 간지(스타일) 안 나오게.” 시끄러운 음악 사이로 라이브 클럽에 대해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나온다. 1990년대 젊은이들에게 홍대 클럽은 다양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실험 장소였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하룻밤 진하게 놀다 가는 ‘원 나잇 스탠드’의 장소다.
▷ 댄스와 돈에 밀린 록
홍대 클럽문화가 바뀐 이유는 록의 퇴조, 힙합의 부흥과 같은 음악 장르적인 문제부터 외국 유학생의 증가로 인한 클럽 성향의 변화 등 여러 가지다. 숫자상으로도 라이브 클럽은 10여개지만 댄스 클럽은 30개가 넘는다. “4~5년 전부터 거대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됐어요.” 클럽 ‘타(打)’의 운영자이자 인디밴드 ‘와이낫?’(ynot?)의 리드 보컬인 전상규씨(35)는 담뱃재를 털며 말한다.
▷ 뜨려고 몸부림 칠수록 가라앉는 밴드
클럽 문화를 이끌었던 크라잉 넛, 델리 스파이스 등과 같은 ‘스타 밴드’들의 부재 역시 큰 이유다. 인디밴드를 이끄는 박주영씨(31)는 이렇게 말한다. “물론 크라잉 넛이 ‘떠 보겠다’고 해서 음악을 한 건 아니었죠. 밴드를 하다 보니 팬이 생기고, 공중파도 타고… 이렇게 발전했는데 요즘 밴드들은 ‘떠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뜨는 밴드는 줄어드는 것 같고요.” 스타 밴드들의 빈자리는 결국 관객들의 부재로 이어졌다. 여기에 인디음악의 획일화는 관객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10여 년 동안 주말마다 라이브 클럽을 찾았다는 김선이씨(29)는 “사실 요즘에는 자주 오지 않아요. 예전 밴드들에겐 특징이 있었는데 요즘엔 비슷하거든요. 그저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 뿐이죠”라고 말한다.
▷ 원래 시작은 ‘언더’였다
공연을 마치고 포장마차에서 만난 모던 록 밴드 EQ Maniac의 황이규씨(33)는 “관객이 없어 밴드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적을 때는 10명 정도 앞에서 공연해 본 적도 있는데 오늘은 그나마 좀 많은 편이네요”라며 소리 높여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조차 건너편 댄스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쿵쿵거리는 힙합 음악 속에 파묻혔다.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죠. 그래도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있으니까요”라며 긴 한숨과 함께 소주 한 잔을 털어 넣었다.
〈사진·글 남호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