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3월, 제주의 바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비가 오다 그치고, 금세 하늘이 열린다. 제주 사람들은 이 무렵 영등신(영등할망)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음력 2월, 이른바 ‘영등달’이다. 한 해의 풍어와 무사 안녕을 비는 굿이 제주 곳곳에서 열린다.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마을에서도 지난 21일 풍어제가 열렸다. 해녀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하는 마을의 큰 행사다. 어촌계 건물에는 금줄을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상과 병풍을 닦았다. 심방(무당을 일컫는 제주어)이 묵을 해녀 탈의장을 정리하고 이불을 빨아두었다. 배와 사과, 한라봉은 예쁜 것으로 하나씩 골랐고, 함께 물질할 때 잡아둔 가장 큰 전복과 해삼도 꺼냈다. 당근을 썰고, 구쟁기(소라)를 까고, 미역을 캐왔다. 전날은 새벽부터 밤까지, 당일은 더 이른 시간부터 움직였다. 내내 말과 몸을 조심하고 굿이 끝난 뒤에도 이틀은 집에 머문다....
2026.03.3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