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태어날 때부터 연하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살배기 지혜는 물과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다. 엄마가 배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하루에 5번씩 주사기로 넣어주는 물과 베지밀이 지혜의 유일한 식사다.

태어날 때부터 연하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살배기 지혜는 물과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다. 엄마가 배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하루에 5번씩 주사기로 넣어주는 물과 베지밀이 지혜의 유일한 식사다.

두 살배기 지혜(가명)는 여느 아이들처럼 아장아장 걷고 천연덕스럽게 잘 웃지만 음식만은 전혀 삼킬 수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연하(삼킴) 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의 소원은 단 한번이라도 입으로 물과 음식을 삼켜보는 것이다.

눈덮인 치악산 연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원 원주시 명륜1동. 여고생들의 풋풋한 웃음소리가 마르지 않는 학교 담장 너머 붉은 벽돌집 방 한 칸이 지혜가 엄마, 오빠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다. 엄마와 이혼한 아빠는 소식이 끊어진 지 오래다.

태어날 때부터 두꺼운 혀와 발달이 덜 된 아래턱 때문에 입도 잘 안 벌려졌던 지혜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지혜의 검은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하얀 눈물. 마음껏 흘린 눈물마저 삼킬 수 없다는 것이 서럽고 또 서럽다.

지혜의 검은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하얀 눈물. 마음껏 흘린 눈물마저 삼킬 수 없다는 것이 서럽고 또 서럽다.

“몸무게가 3.5㎏이 넘는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젖을 물려도 계속 토해내는 것이 이상해서 병원을 찾았었는데….” 어머니 최춘희씨(36·가명)는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병원에서는 뇌성소아마비와 음식을 제대로 삼킬 수 없는 연하 장애 진단을 내렸다. 음식을 삼키는 것은 고사하고 말하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최씨는 원주에서 서울에

엄마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는 버스 안. 엄마의 등에 업힌 지혜는 창밖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한 지혜의 간절한 소망처럼 느껴진다.

엄마와 함께 병원을 다녀오는 버스 안. 엄마의 등에 업힌 지혜는 창밖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버릇이 되어 버렸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한 지혜의 간절한 소망처럼 느껴진다.

있는 병원을 밥 먹듯이 찾아다니며 지혜를 치료하는 데 갖은 애를 썼다. 턱 근육을 자극하기 위해 매일 받다시피 한 전기자극 치료는 어린 지혜가 감당하기에는 고통이 너무 심했다. 다행히도 꾸준한 재활치료 덕에 지혜는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평생 말문을 열지 못할 것 같던 지혜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 최씨는 숨이 탁 멎을 정도로 기뻤다.

지혜는 지금도 음식과 싸우고 있다. 지혜가 먹는 것이라고는 배에 연결된 위루술 튜브(음식 공급을 위해 복벽의 피부를 뚫고 위와 연결된 튜브)를 통해 엄마가 하루에 5번씩 주사기로 넣어주는 물과 베지밀이 전부다. 매달 정부에서 기초생활 수급액으로 나오는 50만원가량의 돈으로 세 남매를 키워야 하는 최씨로서는 지혜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네 식구가 살고 있는 단칸방도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말에 사글세로 돌려놓은 처지다.

“지혜가 요즘 들어 짜증이 부쩍 늘었습니다. 삼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오빠들이 먹는 것은 다 입에 넣겠다며 떼를 씁니다. 제발 물이라도 삼킬 수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최씨는 “한번이라도 지혜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며 곤히 잠든 딸의 볼을 연방 어루만졌다. (문의:굿네이버스 1577-7748)

지혜는 오빠의 밥상에 올라온 삼키지도 못할 소시지 볶음을 먹겠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엄마에게 벌을 받고 있다. 벌을 받는 것보다 먹지 못하는 것이 지혜는 더 고통스럽다.

지혜는 오빠의 밥상에 올라온 삼키지도 못할 소시지 볶음을 먹겠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엄마에게 벌을 받고 있다. 벌을 받는 것보다 먹지 못하는 것이 지혜는 더 고통스럽다.

전기자극 치료를 받는 지혜의 목에 전기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목을 타고 전해지는 따끔따끔한 자극이 고통스럽지만 이를 참을만큼 지혜도 많이 의젓해 졌다.

전기자극 치료를 받는 지혜의 목에 전기선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목을 타고 전해지는 따끔따끔한 자극이 고통스럽지만 이를 참을만큼 지혜도 많이 의젓해 졌다.

〈사진·글=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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