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억지를 이기는 법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에 일본의 아베 총리는 강경자세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와 우파 정치인들은 ‘위안부 강제동원에는 증거가 없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증거가 없다’는 말에 많은 한국인들은 ‘증거는 무슨,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 것이 증거’라고 일축한다. 요즘 한국이나 미국에서 증거 문서가 공개되어 ‘일본 총리가 앞장서서 사실을 은폐한다’고 한국인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일본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럴듯한 논리를 구축하는 데 안간힘을 쓴다. 일본인들은 논리가 구축되어 명분이 서지 않으면 당당하게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사에 대해 일본이 왜곡과 은폐의 토대 위에 그릇된 논리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한국측은 그런 일본의 행동에 항상 화를 내는 것으로 오히려 감정을 지배당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나쁘지만, 한국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주요 쟁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라도 갖고 있다면 냉정하게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일본도 한국에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일본이 무례하게 행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측에 일관된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의 논리를 ‘말도 안 된다’고 되풀이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증거가 없다’는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주장은 국가나 군부가 위안부를 모집한 것은 사실이나 모집 과정에서 강제나 유괴 등을 상부가 명령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의 강요는 있었으나 위안부들은 순전히 자신들의 의사로 위안부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혹시 강제성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민간업자들의 책임이고 국가나 군부가 강제모집을 명령한 증거도 없으며 오히려 강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도한 문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논리이지만 ‘말도 안 된다’고 외쳐도 그들의 왜곡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오히려 ‘요코 이야기’ 같은 일본인들의 피해를 강조하는 책을 미국의 부교재로 만드는 등,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둔갑하고 있다.

독도문제와 마찬가지로 많은 한국인들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반면 일본은 그야말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말도 안 되는’ 왜곡 논리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일본의 논리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로비로 미 하원에서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8번이나 좌절당했다. 그들의 로비활동 기본은 자료와 논리로 미국인을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아베 총리는 30%대로 급락한 지지율, 참패의 전망이 나온 7월의 참의원 선거, 4월의 미국 방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재도전 등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일본의 위신을 실추시키지 않도록 강경대응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학자들을 동원하여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음을 자세히 연구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위안부 모집에 대해 군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의 고노(河野)담화를 정부 차원에서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 위안부 문제 등 일본과의 마찰 문제의 기본은 비슷하다. 이 같은 일본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맞서 한국측의 논리성을 구체화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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