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이후에 발전을 거듭해온 자연과학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 우리 자신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신(神)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자연 현상은 너무나도 많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과 정체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이다.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의문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결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훨씬 더 까다롭다. 과연 우리가 고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과학의 종말을 선언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과학은 분화(分化)를 통해 발전해 왔다. 자연을 더 작게 나누어서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제 그런 환원적 방법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이제는 ‘전체’를 ‘부분’의 합이 아니라 ‘전체’를 ‘전체’로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게 되었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식의 대통합:통섭’(사이언스북스)은 그러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밝혀낸 모든 지식을 대통합한 통섭(統攝)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지식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내자는 것이다. 환원론적 입장이 통섭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환원론을 이어가자는 뜻은 아니다. 왜 하필이면 생물학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느냐고 따질 이유는 없다. 어디에선가 시작을 해야 한다면, 그 출발점이 생물학이 되어서는 안될 이유는 없다. 우리가 개미에게서 우주와 생명에 대한 우리의 궁극적인 의문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문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