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기자에서 극우논객으로 ‘비판의 펜’ 조갑제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

“보수언론들은 대국민사기극 집단공범…대선때 사실 은폐한 기자들, 하류다”

구국의 논객, 안보상업주의자, 최고의 특종 기자, 보수꼴통…. 조갑제(64)란 이름 앞에는 엇갈리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와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갈채를 보내지만 반대자들은 ‘코미디언 수준의 그릇된 신념의 소유자’라거나 ‘우익편향으로 보수주의를 왜곡하는 망령든 노인’으로 폄훼한다. 그러나 이런 세평에도 그의 영향력은 줄지 않는다. 구글 검색에 그의 이름을 치면 40여만건(4월7일기준)이 웹페이지에 올라있다. 2007년 12월20일엔 62만1000건에 달했다.

64세의 나이에도 매일 ‘사실’에 입각해 서너 건의 기사와 컬럼을 쓰는 조갑제 대표. 대표적인 보수인사이지만 “이념에만 충실해 사실을 은폐했다”며 보수언론의 기자들에게 “직업을 바꾸라”고 일침을 가한다. |김세구 선임기자  

64세의 나이에도 매일 ‘사실’에 입각해 서너 건의 기사와 컬럼을 쓰는 조갑제 대표. 대표적인 보수인사이지만 “이념에만 충실해 사실을 은폐했다”며 보수언론의 기자들에게 “직업을 바꾸라”고 일침을 가한다. |김세구 선임기자  

그가 운영하는 조갑제닷컴 홈페이지에 실린 그의 글은 빈번하게 언론에서 인용한다. 1970~80년대 일선 기자 때 그는 정부와 공권력을 향해 서슴없이 비판의 펜을 들이댔다. 특유의 성실성과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심층 기사를 쓰는 기자로 유명했다. 석유탐사, 사형제도, 정치인 비화 등 관심 분야도 다양하고 대중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김정일과 북한 인권을 유일한 가치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보인다. 논쟁적인 삶을 살아가는 조갑제 대표를 그의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도중 아이처럼 천진한 미소도 짓고, 재미있는 표현을 들으면 메모도 열심히 했다. 천상 기자의 면모였다. 하지만 박정희와 김정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의 표정과 말투는 천사와 악마를 만날 때처럼 표변했다.

-나이가 들면 성격이나 글이 유순해지는데 조갑제 대표는 점점 표현이 자극적이고 과격해집니다. 좌파에 대해 ‘철부지’ ‘막가파’라고 한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소장파에게도 ‘장똘뱅이’ ‘홍위병’이라고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민족반역자에게 영혼을 판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역 죄인’이라고 비판했는데 왜 그렇습니까.

“내가 과격해진 것이 아니라 점점 과격해지는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했을 뿐입니다. 좌파를 진보라고 잘못 부르니까 철부지 등의 표현을 쓴 겁니다. 노무현의 5년간 행태를 보면 통상적으로는 국가 반역, 옛 표현으로는 대역죄의 수준입니다. 실정을 했다기보다 반헌법, 반국가적 행위를 했기 때문이죠. 또 공산주의자들이 과거 스스로를 ‘Reds’라고 칭했으니 ‘빨갱이’란 표현이 정확한 겁니다. 또 이번 총선 때 한나라당 홍보물 책자를 보니 안보, 친북세력, 북한인권이란 단어는 단 한번도 나오지않더군요. 오로지 경제를 살려 유권자들의 호주머니만 불려주면 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입니다. 한나라당 눈에는 국민들이 안보, 인권, 정의 같은 이념적 가치에 대해선 무관심한 ‘살진 돼지’나 졸부취향주의자로 보이는 모양인데 이게 이념을 넘어선 실용의 한 단면이고, ‘이념 없는 신념은 장똘뱅이의 타산이다’란 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어서 그리 표현한 것입니다.”

-2005년부터 강연 등을 통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견했습니다. 보수주의자로서의 바람이었습니까, 아니면 구체적 자료나 정황이 있었습니까.

“그 무렵부터 정권교체가 될 거란 감이 왔습니다. 총선은 가끔 틀립니다만 대선의 예측은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는데 그건 시대의 흐름을 읽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에서 돌아올 때의 행태가 겸손하지 않았어요. ‘보수 보수하지만 별놈의 보수가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해서 독선적 좌파정권이 궤도수정을 못하고 자충수로 망하겠다고 판단했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최대공신은 노무현인데 노무현이 무능해 얻은 표가 MB 호감도의 3배는 될 겁니다. 또 내가 수치에 좀 민감합니다. 역사상 주요한 일이 일어난 연대는 대부분 기억하고 거리가 얼마쯤 된다, 몇명이 모였겠다 등을 금방 알아내요. 이번 선거에도 고령화와 함께 나이든 이들이 투표에 적극참여할 거라고 판단했고, 50세 이상이 유권자의 34%이나 투표 영향력은 40%쯤 될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41%이더군요.”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조 대표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도 커졌지만 ‘보수꼴통’ ‘극우 수구’라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난 ‘사실’을 따라 가는 사람입니다. 그 어떤 좌파보다 이명박을 매섭게 공격할 때도 있고, 우파의 그 누구보다 칭찬해주기도 하죠. 보수논객이란 표현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논객은 일제시대의 말로 할 일 없이 글이나 끼적대는 사람이란 뜻이거든요. 글을 쓸 때는 애국운동적인 면과 기자적인 면이 있습니다. 극우수구란 말도 체제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쓰는 것이란 말인데 과거 서북청년단 정도가 그 표현에 맞죠. 보수가 정직성을 잃을 때 꼴통이 되는데 난 정직성을 잃지 않습니다. 또 평택미군기지 철거 때 쇠몽둥이를 들고 우리 군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들은 ‘좌익 무장폭도’라고 규정한 것은 정확한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쓰이지 않고 특히 중요한 정치적 용어가 거꾸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어가 거꾸로 쓰이니 정신, 이념, 정치가 모두 거꾸로 가는 겁니다. 좌파들이 이렇게 언어를 혼란시키는 주범이죠. 그들이 나를 누구 편을 드는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좀 억울합니다.”

-스스로 규정하는 조 대표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가 나의 이념입니다. 보수주의자이기도 하죠. 진정한 보수는 반드시 개혁적이고 진보적입니다. 자기 반성을 하고, 자기 궤도 수정을 하고 끝없이 자기점검을 해 고치는 보수를 합니다. 좌파는 독선적이고 자기주장만 해서 자기개혁에 실패하죠.”

-하지만 ‘B급 좌파’ 김규항씨 등 진보지식인들은 ‘개혁은 폭압적인 군사파시즘이 더 이상 인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게 되었을 때 지배체제가 내부의 구조를 변화시켜 위기를 넘어서는 방법’이라고 개혁의 위험성을 주장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조 대표가 예전엔 박정희 정권에 반대주의자였다가 지금은 예찬론자로 변했고 (그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동성애 수준’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다른 인물에 대한 평가가 너무 자주 바뀐다며 일관성 부족을 비난합니다.

“그건 한국인의 미숙성 때문입니다. 인간관이 1차원적이어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좋은 사람이 하면 무조건 옳은 일, 나쁜 사람이 하면 뭐든 나쁜 일로 평가하죠. 아무리 훌륭한 문학작품을 많이 남겨도 잠시 친일했다고 춘원 이광수를 친일파로만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성숙한 인간관은 인간 자체가 아니라 인간행위를 평가하니까 오전엔 잘했다가 오후엔 잘못할 수 있고 그 잘못을 지적하기도 하는 겁니다. 1차원적 인간관을 가진 이들의 눈에는 내가 변덕쟁이로 보이겠죠. 그건 그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경험이 짧은 탓입니다. 영국은 마그나카르타를 시작으로 하면 800년 정도의 역사인데 한국의 60년 민주주의 경험이 어떻게 800년 경륜을 따르겠습니까. 그런데 말이나 글로 먹고 사는 식자층들, 언론·출판, 검·판사들은 물론 반대를 하는 것이 속성이자 주임무인 좌파 시민단체들이 총동원되어 ‘저항과 비판’만이 정의라는 잘못된 생각을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나는 87년 이후에 도전과 비판의 대상을 김정일과 추종세력으로 보고 체제 안에서 우정어린 충고 정도로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실력은 없으면서 저항과 반대했다는 명분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위선적 명분론만 내세워 보수를 비판하고 김정일을 옹호합니다. 물론 나도 한때엔 비판하고 저항하는 것으로 먹고 살긴 했습니다만.”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조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이회창 등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뿐으로 느껴집니다. 그것이야말로 1차원적 인간관이 아닐까요.

“그건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김정일을 악으로 보느냐 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국가관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을 칭송하는 이들은 국민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입니다. 우리 헌법체제를 부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나는 북한의 핵보다 김정일이 더 무섭습니다. 김정일 자체가 대량살상 무기입니다. 개혁개방을 하지 않아 300만명의 인민을 굶어죽였습니다. 강제수용소에서 100만명이 죽었습니다. 과거 6·25 남침전쟁 때 죽은 300만명을 합하면 대한민국 국민 700만명을 죽인 살인마예요.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죽인 사람들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1만4000㎞, 서울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이어집니다. 게다가 현재 북한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우리보다 12년 짧고 키도 10㎝나 작습니다. 12년간의 삶과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데 그 생명을 앗아간 사탄을 위해 돈과 무기를 주고 존경을 보냅니까.”

‘김정일을 어떻게 보느냐’가 국가관 아닌가

-고향도 경상도고, 북한정권 때문에 핍박받은 것도 없는데 왜 김정일을 그렇게 미워하는 겁니까.

반골기자에서 극우논객으로 ‘비판의 펜’ 조갑제

“개인적 원한이나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취재와 자료를 통해 공부하면서 증오하게 된 겁니다. 이승만과 박정희 역시 마찬가지예요.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는 기사를 많이 썼고, 육영수 여사와 결혼하기 전에 박정희와 동거한 여자를 특종보도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인물은 공과 과를 종합해서 평가해야죠. 로마의 줄리우스 카이사르는 여성 편력이 심해도 위인으로 평가받지 않습니까. 이승만, 박정희를 공부하다 보니 그들이 정말 청렴결백하고 훌륭한 분이란 걸 알게 되어 글과 말로 널리 알리려는 겁니다.”

-‘북한 주석궁에 탱크를 들여보내자’고 하고, 통일을 포기한 보수는 가짜보수라고도 했습니다. 어떤 통일이 가장 이상적인 통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굶어 죽어가는 북한사람들을 구해주기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김정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통일의 시기가 결정될 겁니다.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보나 할 일이지만 전쟁도 각오할 정도의 강한 의지를 가져야죠. 남한의 강점인 경제력과 자유를 이용하는 겁니다. 돈과 자유로 북한을 요리해야죠. 군사력을 방패로, 언론을 창으로 삼아 북한사회를 변화시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총 한 방 쏘지 않고 냉전을 종식시키고 소련을 붕괴시켰듯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 공산당과 군 400만명, 김정일과 측근 2만명 등이 있는데 김정일의 측근에게 ‘통일이 되면 너희에게도 좋은 기회가 온다’고 설득해야죠. 북한을 상대해 남한에서 정치적 인기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북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쌀과 연탄 등 우리가 던진 미끼를 많이 물었으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95~98년 사이에 탈북자와 굶어죽은 사람들이 공개되며 통일 기회가 있었는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햇볕정책과 퍼주기로 죽어가는 김정일을 살려내 기회를 놓쳤죠. 이제 MB정부에도 또 한 번의 통일 기회가 왔습니다. 통일 기회가 왔는데 이념 없는 실용만 부르짖다가 또 기회를 놓칠까 걱정됩니다. 북한이 통일하자고 은밀히 손짓할 때 그 손을 잡아줘야 하는데 손을 놓으면 분단교착 상태가 되고 북한은 중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갑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나라와 손잡고 삼국통일을 이뤄낸 신라, 따뜻한 마음으로 웃으면서 소련을 무너뜨린 레이건의 역할을 공부하고 그에 대비해 자유통일세력을 키워야 합니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너무 아부만 해와서 국민들의 이기적인 면만 부추겼어요. 이제 국민들의 이타적인 면을 지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금을 좀더 내고 좀더 피흘릴 각오를 하면 김정일을 몰아내고 북한동포를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너무 김유신, 이승만, 박정희 등 1등 인간과 역사의 대화를 해서인지 목표가 너무 높고 이상주의적일 수가 있긴 하지만….”

-혹시 조 대표가 기독교인이어서 공산주의나 김정일에 대한 미움이 큰 것이 아닐까요.

“아닙니다. 기독교인이지만 열성 교인도 아닙니다. 기독교의 정서가 인권이고 성경에 나오는 ‘생명, 진실, 자유, 사랑’이란 말이 좋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고 하는 것이 진실인데, 사랑이 있어야 사물을 온전하게 보고 다른 사람의 생명도 존중하게 되고 자유롭게 해주니까요. 다만 기독교에서도 원수는 사랑하되 사탄은 용서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은 민족반역자이고 사탄이니 용서의 대상이 아닙니다.”

-과거 특종 기자로서 명성을 날렸습니다. 특종의 비결이 무엇이었습니까.

“젊을 땐 특종에 눈이 멀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별짓을 다 했죠. 다각적인 관심과 부지런함이 특종을 만듭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출 것(야구나 금융 등 가급적 대중성이 강한 분야), 논문 색인집을 정기적으로 살펴볼 것(국회도서관 등에 있는 다양한 논문색인집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관보를 비롯한 정부간행물을 정기적으로 읽을 것(정부간행물에 실린 사안은 정부의 공식정책이거나 정책으로 확정될 것이어서 단정적으로 보도해도 오보가 될 가능성이 적다), 루틴한 취재를 반복할 것(경찰서 외에 구청도 드나드는 등 출입처 외의 기관도 정기적으로 챙기면 2중 효과), 취재현장에 반드시 갈 것, 취재원을 만날 때는 맑은 정신으로 접근할 것(취재한 것은 기사화화고 취재원을 보호해 확실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것) 등입니다.”

-80년대에 뵈었을 때 큰 여행용 가방을 들고 다녀 출장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다 취재 자료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월간조선 편집장 시절엔 ‘반김정일, 친박정희’ 기사를 요구해서 젊은 기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편집장이 더 열심히 일하니 압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 후배들의 기사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 무렵엔 컴퓨터가 없어 모든 자료를 일일이 들고 다니거나 늘어놓고 기사를 썼죠. 일류 언론의 품격인 균형감각과 관용은 신념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할 때 생깁니다. 지난 대선 때 보수언론들이 한목소리로 이명박 감싸기만 했는데 그 기자들은 대국민 사기극 집단공범이에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신념이고, 그가 BBK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데 신념을 위해 사실을 은폐·왜곡한 기자나 논설위원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겁니다.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기자는 하류이고, 대한민국의 어린 민주주의는 죽은 기자들의 사회에서는 성장할 수 없어요. 일류 국가의 조건은 일류 언론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요즘 기자나 언론인들의 ‘씻을 수 없는 죄’는 취재력 문제와 더불어 한국어를 파괴한다는 겁니다. 한국어로 먹고 살면서 한국어의 70%인 한자를 외래어라 속여서 정신적으로 저질화시켰습니다. 기자는 물론 교수들이 쓴 원고를 보면 문법에 맞게 제대로 쓴 비율이 10%밖에 안됩니다. 취재력이나 문장력이 약한 것, 비과학적 표현에 절망하는데 어휘력의 바탕이 되는 한자를 쓰지 않는 영향이 큽니다. 우리 국어사전이 영어사전보다 두껍습니다. 그만큼 어휘가 풍부한데 한자를 써서 동양문화권을 주도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가 영어교육을 강조하는데 선진국의 기본은 국어와 국사 교육을 우선하는 겁니다 이 정부는 천박한 발상으로 또다른 사대주의를 강요하고 있어요.”

-언론인으로 가장 후회되거나 반성하는 점은 없습니까.

“운이 좋아서인지 결정적 오보를 한 적은 없습니다. 한자의 소중함을 모르고 두 딸의 이름을 한글로 지었는데 시대의 변화를 예감하지 못한 것도 후회스럽군요. 가장 후회되는 것은 70년대 박정희시대에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부정적인 면만 추적하느라 그가 살아 있을 때 그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다는 겁니다. 박정희는 아무리 미워하고 욕하며 파들어 가도, 갈수록 커다란 인물로 나타나더군요. 박정희의 순수성을 느끼면서 그의 권력의지와 애국심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노태우 역시 과소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6·29 선언이 전두환과 두 사람의 합작품이지만 대북관계나 민주화에 엄청난 기여를 한 사람인데 나중에 재평가받을 겁니다. 대통령이나 지도자를 독재자로 부르는 것도 반대입니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독재적 시기가 있었을 뿐 독재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박정희와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서 김대중·노무현에 대해서도 나중에 높이 평가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평가에도 불구하고 조갑제 대표는 행복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천직으로 여기는 기자란 직업을 평생 유지하고 있고, 박정희 시대라면 살아남기도 힘들 만큼 과격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서도 무사하고 칭찬도 받는다. 이 세상에서 미워하는 사람도 김정일뿐이다. ‘김정일’이란 상품성 있는 적을 두고 있어 그 어떤 행동을 해도 나이든 보수주의자들에겐 ‘애국’으로 칭송되고 젊은 진보주의자들에게도 매서운 질타에 시달리기보다 ‘보수노인의 웃기는 말’로 치부된다. 그의 언행을 ‘너무 낡고 구려서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영감들에게나 통용될 뿐이기에 강준만 교수보다 덜 해롭다’ ‘인간은 그 괴물과 싸우다 보면 그 괴물과 닮아간다’고 폄훼하지만 조 대표 자신은 “난 한국 주류사회를 이끄는 사람이고 애국자여서 외롭지 않다”고 한다. 범죄인에 비유한다면 그는 ‘확신범’이다. 국민을 계몽하는 진정한 애국운동가란 신념에 가득찬.

▲조갑제는 누구인가

특종기사들로 활약…월간조선 前편집장

매일 하루 3~4건의 기사를 써 조갑제닷컴에 올리고 다른 곳에 기고도 하는 현역 기자다. 한 달에 200자 원고지 600장, 1년에 7200장의 원고를 쓴다. ‘이회창 쇼크’란 책은 1000장 분량을 한 달 만에 썼다. 1945년 청도 출생으로 수산대를 중퇴하고 부산 국제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마산만 어패류 오염사건, 포항 영일만 석유사건, 중금속 오염실태 등 계속되는 특종기사로 제7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다 두 차례 강제해직 당했다. 신문을 떠난 뒤에는 ‘마당’과 ‘월간조선’ 잡지사로 옮겨 활약했다. 당시는 월간 등 시사잡지의 황금기였다. 정권 비화는 물론 마약중독의 실태를 다룬 코리아커넥션, 이수근 간첩사건 등의 발굴기사를 썼고, 87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인터뷰가 실린 월간조선은 40만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인간 박정희를 취재하던 중 그에 매료되어 ‘죽은 박정희의 망령을 무덤에서 부활시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또 1986년 ‘한국 내 미국 CIA의 내막’이란 기사 때문에 안기부의 조사를 받다 정형근 의원과 만난 뒤 철저한 반공주의자, 안티김일성·김정일주의자로 변모했다. 91년부터 2004년까지 13년간 월간조선 편집장을 지냈으며, 조선일보를 떠나 현재 조갑제닷컴 출판사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사 상미회 이사로 해외여행을 하며 여행기도 쓰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구 정순태씨는 한 인터뷰에서 “37년을 사귀었지만 솔직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며 “단 한 번도 취한 모습, 화를 내며 감정을 폭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소곤소곤 대화하는 것만 즐긴다”고 말했다. 좀체 속을 보이지 않는 그도 강도나 괴한에 대비해 침대 머리에 항상 야구 배트를 두고 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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