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씨 “교가도 시대흐름 맞춰 재미있어야”

글 김윤숙·사진 우철훈기자 yskim@ky

“그동안 무겁고 엄숙하게 불러야만 했던 교가가 이제는 시대적 감각에도 맞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어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기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강산씨 “교가도 시대흐름 맞춰 재미있어야”

‘동산 위에 올라서서 파란하늘 바라보며…’로 시작되는 ‘하늘나라 동화’로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동요의 대중화를 이뤘던 작곡가 이강산씨(40). 그는 요사이 신설되는 초등학교의 교가를 만들어 주는 일로 바쁘다.

“아이들이 공부 시간에 짓눌려 동요를 즐길 여유가 없고, 전의 예쁘기만한 노랫말은 요즘 어린이들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교가를 보면 ‘○○산의 정기를 받은 터전 위에 학교가 세워졌다’는 등 풍수사상이 왜 그렇게 많은지, 이젠 틀에 박힌 형식과 노랫말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교가들이 시대 흐름에 맞춰 재탄생해야 합니다.”

이씨가 교가를 처음 지어준 것은 2003년 한 강연회에서 만난 경기도 교육청 김동주 장학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후 남양주 창현초등학교의 교가를 만들어 준 것을 시작으로 남양주 예봉초교, 전남 광양 중마초교·송라초교, 특수학교 안양 해솔, 부천 상록, 성남 예은학교 등 전국 30여개 신설 초등학교의 교가를 작곡했다. 일부는 작사까지 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교가가 특이하고 재밌다’며 많이 부러워한다고 자랑스러워하며, 소풍 가서 장기자랑 시간에 아이들이 동요나 가요 대신 교가를 부를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뿌듯해했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했던 이씨는 초등학교 체육시간엔 늘 풍금의 페달을 밝으며 음악을 연주했다. 곡이 떠오르면 오선지에 그의 눈물과 꿈, 그리고 웃음을 진솔하게 담아 그의 일상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1991년 MBC 창작동요제에서 그 유명한 ‘하늘나라 동화’로 대상을 받으면서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 곡은 2003년 MBC 인터넷 네티즌 인기동요 조사 결과 1위곡으로 선정돼,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휴대전화의 컬러링, 벨 등으로 쓰이는 등 ‘국민동요’로 자리매김됐다.

또 제10회 MBC 창작동요제에서 은상을 받았던 동요 ‘화가’는 노래방에서도 자주 불린다. 그동안 3권의 동요집을 냈으며, 지금까지 작곡한 노래가 약 500곡에 이른다.

이씨는 현재 대학에서 후진들의 음악 교육 및 작곡 창작을 강의하고 있으며 전국 초등학교 음악교사 연수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아이들 노래를 만들어 온 그는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면서 “동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동요 속에는 숙제가 하기 싫다는 이야기도 없고, 게임에서 이겨 가슴이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이들 노래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씨. 그는 어른의 잣대로 만든 것 말고, 아이들 삶과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진짜 아이들 노래를 만들어서 함께 부르면, 그래서 아이들과 행복해지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거라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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