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파스텔뮤직 뮤지션 및 앨범

‘따뜻하고 소박한 느낌’의 음악으로 승부를 걸다

요조

요조

홍익대 앞, 서교동에 위치한 파스텔뮤직은 이종교배의 집대성인 서울에서도 하이브리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홍대 앞’만큼 흥미로운 레이블이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비주류 감수성의 해외 음악가들과 대중적인 취향의 한국 인디 음악가들의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파스텔뮤직의 성장은 홍대 앞의 비주류 감수성이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그러니까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강남권과는 달리 접근하기 쉬운 인상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과 같은 맥락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파스텔뮤직의 음반은 허밍어반스테레오, 요조, 커피프린스1호점 등이다. 다른 인디 레이블들이 ‘로-파이’와 리이슈로 승부를 걸 때 파스텔뮤직은 그 이름 그대로 ‘따뜻하고 소박한 느낌’의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다. 장르보다 감수성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장르와 스타일을 초월해 다양한 음악가들의 사운드를 발매하게 된 파스텔뮤직은 현재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인디 레이블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 음반 구매력을 가진 음악 팬들은 빅뱅과 요조의 앨범을 동시에 구입

파스텔뮤직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전략이 현재 한국 대중문화 수용자들의 변화와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음악시장에서 장르가 완고하게 작동하던 시절은 1990년대가 마지막이었다. 얼터너티브 이후 음악시장은 다른 ‘대안’ 없이 재편되지 못한 채 이종교배의 길을 걸었고, 장르 분화가 보편적이지 않았던 한국의 음악시장은 영미권의 팝과 록이 이종교배된 스타일을 수용하며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해외의 최신 트렌드에 따라 작곡을 해도 ‘가요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던 것이야말로 가요의 성장이자 한계였다.

티어라이너

티어라이너

2000년 이후의 한국 대중음악은 이른바 한류를 중심으로 주류 아이돌 그룹과 비주류 밴드의 대칭으로 재구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인디 씬에 대한 지지는 정서적인 관점에서 작동했다. 그 과정에서 파스텔뮤직의 등장과 대중성의 확보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시장이 장르나 스타일이 아니라 정서적인 호불호에 따라 좌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실제 음반 구매력을 가진 음악 팬들은 빅뱅과 요조의 앨범을 동시에 구입한다. 그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시장이 감수성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메이저와 인디 씬의 경계가 희박해졌다. 파스텔뮤직은 그 사이의 경계를 메우고 있다.

미스티 블루

미스티 블루

이 자리에서 파스텔뮤직을 현재 한국 인디 레이블 중에서 주목해야 할 레이블의 하나로 꼽는 이유는 이들이 그 경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음반시장의 불황을 돌파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메이저와 마이너의 경계에서 독자적인 시장을 재구성하기는 쉬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파스텔뮤직은 인디 씬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이 무의미한 레이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작동할 기준은 얼마나 ‘인디적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파스텔적이냐’일 것이다. 경계와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때론 유리하고 때론 불리하다. 하지만 그것이 가시적인 관점에서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현재 음악시장(음반시장이 아니라)이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파스텔뮤직은 현재 일종의 브리지,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http://www.pastelmusic.com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178 영산빌딩 2층. 02-3142-2981

“파스텔뮤직의 브랜드는 여성친화적인 감수성이다”

[한국의 인디레이블]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홍대의 파스텔뮤직 근처 카페에서 지난 4일 이응민 파스텔뮤직 대표(사진)를 만났다. 이 대표는 파스텔뮤직이 다양한 범위의 음악적 스타일과 장르를 아우르고 있지만 “색깔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초적이지 않은 감수성이 우리 파스텔의 브랜드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스텔뮤직의 역사가 궁금하다. 처음 시작은 어떻게 했나.

“2002년에 시작했는데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알레스뮤직을 그만두고 몇 개월 동안 노가다도 하고 고시원에서 살면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간을 보냈다. 서른 둘, 서른 셋 즈음이었던 것 같다. 주머니에 돈은 한 푼도 없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다가 내가 잘 하는 걸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돈을 못 벌어도 즐거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돈 한 푼 없이 아는 형에게 500만원을 빌려서 마스터플랜 사무실의 방 1개를 빌렸다. 거기서 2년 정도 지내면서 음반을 수입했다. 향음악사와 퍼플레코드 사장님들과 안면이 있던 사이라서 거기서 수입한 음반을 팔았다. 수입이라고 해도 자본이 없으니 소량만 수입했다. 독일의 글리터하우스와 터치 앤 고 레이블의 음반을 수입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03년 초에 레이첼스의 음반을 ‘Music for Egon Schiele’라는 콘셉트 형식으로 발매했는데 이게 터졌다. 이후 신나라나 핫트랙스 같은 유통망이 생기고 두번째 라이선스로 막시밀리언 해커를 발매했다. 2003년 가을이다. 그 다음에 아르코를 수입했고.”

-파스텔뮤직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허밍어반스테레오

허밍어반스테레오

“전체 11명의 인원이 있는데, 부서는 세밀하게 나눠져 있다. 전체 마케팅을 맡는 팀이 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이 나눠져 있다. 홍보와 디자인과 공연관련 업무를 보는 팀이 있고, 잡지나 신문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도 있다. 해외에는 2명이 있는데 퍼블리싱과 저작권 관련 업무를 맡는다. 작은 규모인데 하는 일은 많아서 얘기만 들으면 규모가 큰 회사 같다.”

-파스텔뮤직의 범위가 다양하다. 국내는 허밍어반스테레오도 있고, 요조도 있고, 푸른새벽과 속옷밴드도 있고, 해외는 익스플로전 인 더 스카이나 엔비, 모노, 막시밀리언 해커도 있다. 다른 레이블들이 한 가지 색깔을 유지하는 것과는 달라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가 색깔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모든 음악들이 스타일도 장르도 다르지만, 감수성이라는 면에서는 공통적인 게 있다. 물론 그건 나를 포함해 우리 멤버들의 취향이다. 불싸조 같은 경우도 그렇고 속옷밴드도 그렇다. 불싸조의 삼식이는 내가 파스텔뮤직을 처음 만들 때부터 알던 친구였고, 그 친구에게 속옷밴드를 소개받았다. 사랑의 유람선의 마스터링 테이프를 듣고 자장면에 고량주를 마시면서 우리랑 유통하자고 얘기한 게 2003년이었다. 국내 팀들은 우리가 먼저 다가간 적보다는 그들이 먼저 찾아온 경우가 많았다.”

-현재 음반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매출 비율은 어떻게 되나. 인디 레이블로서는 음반 수익보다는 음원 수익에 더 의존도가 높을 것 같다.

타루

타루

“음반과 음원, 싱크(광고나 영화, 드라마에 삽입되는 음악), 공연으로 구분하자면 대략 3:3:3:1의 비율이다. 재미있는 건, 파스텔의 앨범은 꾸준히 나가지만 음원 수익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메이저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파스텔뮤직의 음반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가 특이하다기보다는 그런 시장이 열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비율은 이렇지만 실제로 수익은 2006년 이후로 전반적인 하락세다.”

-레이블 대표로서 현재 한국의 인디 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시대가 바뀌었다는 게 분명하다. 언니네나 델리스파이스가 나와도 장사가 안 되는 시장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고 해도 우리는 노출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그런 점에서 파스텔뮤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위치는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 있다고 보고, 이런 위치에서 얼마든지 스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버라이어티에 나가지 않아도 음악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회사로서는 요조와 타루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취향이 고급화되는 지금 시장에서는 ‘가요 같은 록’이 아니라 ‘록 같은 가요’로 승부를 봐야 한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록이 부활하리라는 기대를 하는 건 아니다.”

-파스텔의 주력 상품이랄까, 브랜드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걸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초적이지 않은 감수성’이다. 회사의 멤버들 모두 여성친화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성의 가능성을 믿는다. 앞으로 모든 영역에서 여성성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쪽으로 합의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는 원래 그랬다. 그래서 새 직원을 뽑을 때도 그런 면을 잘 살핀다. 마초적이지 않은 감수성을 풀이하자면 친절함과 배려 같은 태도다. 그런 게 우리 파스텔의 브랜드랄까, 아니 차라리 파스텔뮤직 전반을 지배하는 감수성이고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글 | 차우진 ‘매거진t’ 기자·진행 |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파스텔뮤직 뮤지션 및 앨범

타루(Taru)

더 멜로디의 보컬 ‘타루’의 솔로 앨범. 세 장의 미니 앨범 시리즈의 첫 번째. 타이틀곡 ‘Love Today’는 TV CF(연꽃씨차 우연 성유리편) 삽입곡.

‘R.A.I.N.B.O.W’ (2008)

[한국의 인디레이블]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올드피쉬(Oldfish)

‘Acoustic Movement’ (2007) ‘Room.ing’ (2005)

요조

허밍어반스테레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객원보컬, ‘커피프린스 1호점’, OST ‘뉴하트’와 ‘올림푸스 뮤’ CF음악으로 꾸준히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여성 보컬 요조.

‘Nostalgia 요조&에릭 with Brown Classic’ (2008) ‘My Name Is Yozoh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 (2008)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2005년, ‘소규모아카시아밴드’를 발표한 뒤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 ‘가을로’에 가 삽입되어 대중적으로 알려짐. 매니악한 감수성과 대중적인 통속성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 밴드.

‘우리는 소규모아카시아 밴드입니다’ (2007) ‘입술이 달빛’ (2006)

[한국의 인디레이블]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푸른 새벽

더더의 보컬 한희정의 개인 프로젝트로 드림팝, 슈게이징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모던 록, 기타 팝 앨범. 어두운 정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대중적인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젝트.

‘보옴이 오면’ (2006) ‘Submarin Sickness+Waveless’ (2005)

[한국의 인디레이블]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허밍어반스테레오(Hmming Urban Stereo)

파스텔뮤직의 대표적인 음악가로 2005년 1집의 대중적 성공으로 현재적인 감각에 맞닿은 하우스 비트와 신스팝을 선보인다. 20대 여성, 홍대 앞 카페, 낙서 같은 스타일의 카툰 등 2000년대 초반의 대중적 감수성을 대표하는 사운드이자 파스텔뮤직의 이미지를 정립한 음악가.

‘Baby Love’ (2007) ‘Monochrome’ (2006) ‘Purple Drop’ (2006) ‘Very Very Nice And Short Cake’ (2005)

인스턴트 로맨틱 플로어(Instant Romantic Floor)

허밍 어반 스테레오, 이지린의 사이드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로맨틱’에 초점이 맞춰진 일상의 편린들, 문화코드와 맞닿은 가사, 보사노바, 하우스, 힙합 스타일과 교배된 사운드.

‘First Love Class’ (2007) ‘Instant Romantic Floor’ (2005)

티어라이너(Tearliner)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음악감독으로도 알려진 티어라이너.

‘Polaroid Life(우리들만의 발자취)’ (2007) ‘작은방, 다이어리’ (2005) ‘Letter From Nowhere’ (2005)

[한국의 인디레이블]② 파스텔뮤직-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서

불싸조(Bulssazo)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 (잠언 1:26)’ (2006) ‘Furious Five’ (2005)

톡식바이어스플뤠르아이비(Toxicbiasfleurivy)

앰비언트, 노이즈 등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톡식바이어스플뤠르아이비의 작업들은 이른바 ‘지적인 댄스 음악(IDM)’의 한국식 대답이기도 하다.

‘Uncertainty Compositi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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