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마음을 젊게 하면, 몸도 젊어진다

▲ 마음의 시계…엘렌 랭어 | 사이언스북스

1979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는 늙고 병들어 자식들에 의존하며 살던 일군의 노인을 한 은둔처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1959년을 복제한 장소였다. 방엔 그해 나온 ‘라이프’ 지가 놓였고, 라디오에선 냇 킹 콜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랭어는 노인들에게 과거를 회상하지 말고, 마음을 59년인 양 돌려놓을 것을 요청했다. 모든 대화와 토론은 ‘현재 시제’로 이루어지게끔 했다. 노인들은 59년 실행된 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을 지금 일어난 것처럼 대화했다. 노인들은 ‘59년 현재’의 공간에서 가족이나 연구자들의 도움 없이 1주일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했다.

노인들에게 20년 젊은 나이로 살도록 하는 심리 실험이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로 이름붙여진 이 실험은 마음의 변화가 몸 상태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비물질적인 정신에서 물질적인 육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본질을 밝혀내려는 작업이었다.

과연 마음가짐만으로 시계를 역행할 수 있을까. 1주일의 실험 동안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집단’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노인들의 청력과 기억력이 향상됐고, 체중은 평균 1.5㎏ 늘었다. 랭어 교수는 “상당수의 노화는 자연스럽지만, 또한 상당수는 노화의 일부가 아니라 노년에 대한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마음가짐이 건강 지표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나온 실험은 여럿 있다. 랭어 교수는 요양원에서 화분을 직접 돌본 노인들과 직원들이 화분을 돌보는 것을 지켜본 노인들을 조사했는데, 전자가 쾌활하게 변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스스로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 의식의 집중을 가져오고, 이런 집중이 활동성과 인지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다. 90년대 초 베를린 노화연구소는 노화에 대한 불만이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나는 젊었을 때만큼 지금도 행복하다”처럼,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이들은 부정적인 이들보다 평균 7년반을 더 살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마음가짐은 청·장년층 건강에도 좋은 변화를 일으킨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2007 올해의 아이디어’로 뽑힌 랭어의 또다른 유명한 심리 실험은 호텔 객실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밀기, 팔다리 뻗기, 들어올리기 같은 이들의 노동은 의사가 권하는 운동량을 충족하거나 초과한다. 그런데 통계학상으로 이들의 건강은 열악하다. 랭어 교수는 운동과 일이 별개의 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건강 혜택을 누리기에 충분할 만큼의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청소 노동자들에게 인지시켰다. 그랬더니 4주 동안 평균 1㎏의 체중이 줄고, 체지방 비율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랭어는 “몸과 마음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개념에 불과할 뿐,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시각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마음가짐이 모든 걸 해결할까. 랭어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지상과제이자 절대명령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가능성의 심리학’이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이나 건강과 행복에 대해 우리가 설정한 한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자”는 게 책의 취지다. 변용란 옮김.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