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 중 고함, 오바마와 MB의 차이는…

디지털뉴스팀

한 한인 청년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중 큰 소리로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추방을 중단하라’며 고함을 질러 연설을 중단시켰다. 이 청년의 고함이 계속되자 경호요원들은 그를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경호요원들을 만류하고 이 한인 청년과 대화를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26일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서부 해안 지역을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베티 옹 레크리에이션 센터’을 찾아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단상 위 오바마 대통령의 뒤편 계단에는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연설이 끝나갈 무렵 이 대열에 서 있던 한 한국 출신 청년이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자신을 포함한 이민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고 소리쳤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홍모씨(24)로 알려진 이 청년은 “제발 당신의 행정 권한을 사용해서, 이 나라의 ‘서류미비’(undocumented) 이민자 1150만명 모두를 위해 당장 추방을 멈추라”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인 이민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우리도 동의하지만, 당신은 지금도 그들 모두를 위해 추방을 중단시킬 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실, 그렇지 않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대답하며 청년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뒤에 서 있던 다른 이들 일부도 합세해 “추방을 멈추라”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이를 저지하려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요원들을 만류하고 분위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한다. 이들은 가족을 깊이 걱정하기 때문”이라며 “내가 의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함을 치거나, 내가 법을 어겨서 마치 뭔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기는 쉬운 방법이겠지만 나는 좀 더 어려운 길을 제안하겠다”며 “같은 목표를 이루도록 민주적 절차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이민개혁법은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등에 따르면 11살 때 어머니와 미국으로 건너온 홍씨는 그 자신도 서류미비 이민자 신분으로, 이민자 권익 옹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홍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는 매우 시급한 문제로, 내가 목소리를 낼 유일한 자리였다”며 “나는 지금 구류 시설에 있어 이 자리에 올 수 없는 다른 서류미비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 도중 고함을 지르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1년 제6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축사 도중 고함을 지르다가 경호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대통령의 연설 중 고함이 나오는 일은 국내에서도 2011년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공정사회’와 ‘민생안정’을 주제로 한 축사를 전했다. 이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여성 참관자가 특정 회사의 이름을 5~6차례 큰 소리로 외치며 자신의 문제를 대통령에 호소하려 했다. 경호원들은 이 여성을 행사장에서 끌어내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3시간 가량 조사를 벌인 뒤 훈방했다.

조사 결과 이 여성은 서울 마포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배모씨(55)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사무실 인근에서 ㄱ건설이 정부가 발주한 공기업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기 사업장에 환경오염이 생긴 것을 대통령에게 호소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간 피해 보상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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