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부산 화명동 아파트 화재 참사 골든타임 5분 놓쳐 희생컸다

권기정 기자

30대 엄마와 어린 세 자녀의 목숨을 앗아 간 부산 북구 화명동 아파트 화재 사고는 ‘5분 이내 도착’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쳐 희생이 커졌다.

숨진 홍모씨(33·여)가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를 한 것은 11일 오후 오후 9시 35분. 소방차량이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44분이었다. 신고전화 벨이 울린 지 9분만이었고 신고를 접수한지 8분이 지난 뒤였다. 골든타임 5분을 놓친 것이다.

골든타임은 화재 초동진압 및 응급환자 구조 가능시간을 의미하는 용어로 화재 또는 사고 발생 후 최초 4~6분을 말한다. 위급한 환자의 경우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심폐소생술로 환자를 소생시킬 확률이 커진다. 화재 역시 5분 안에 도착해야 주변 건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날 소방차는 신고를 접수하고 신속하게 출동했으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긴급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지만 차량 운전자들이 신속하게 길을 비켜 주지 않은 것이다. 길이 막히자 중앙차로를 무시하고 역주행하면서까지 화재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소방본부가 공개한 소방차의 블랙박스에는 아찔한 역주행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아파트 입구에서는 2차로 도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도착시간이 더욱 늦어졌다. 아파트의 주차공간이 부족해 퇴근한 주민들이 차량을 아파트 입구 진입로에 세워 둔 탓이었다. 화명119안전센터의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유리창 밖으로 불길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 소방관들이 7층까지 올라가 현관문을 뜯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집 안으로 들어간 시간은 오후 9시50분이었다. 결국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물을 뿌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신고 이후 15~20분만이었다. 그러나 화재 현장은 더 이상 탈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타버린 상태였다.

화재 현장과 소방서의 거리가 먼 것도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할 북부소방서의 대형 소방차가 도착한 것은 오후 9시57분. 신고 후 22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고가사다리차도 함께 출동했으나 아파트 진입로 불법 주정차로 인해 도로에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다. 사다리차는 결국 물 한방울 뿌리리지 못하고 돌아가고 말았다.

북부소방서는 화재가 난 북구 뿐 아니라 사상구까지 2개구를 관할하고 있어 평소에도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 주민들은 “북구 화명동에 소방안전센터가 있지만 소방파출소에 불과해 진압대원과 구급대원만 있고 사다리차와 같은 장비는 없다”며 “삼락동에 있는 소방서가 2개구를 맡다 보니 큰 불이 나면 대형 소방차가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부실한 소방시설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1993년 지은 것으로 당시 건축법상으로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건물이 아니었다. 아파트 내부 자재들도 불에 취약한 것 들이 많아 급속하게 연소가 이뤄진 것 같다고 소방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발코니 벽을 부수고 탈출할 수 있는 경량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쉽게 부수고 탈출할 수 있는 얇은 석고보드로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벽이었으나 홍씨가 비상칸막이가 있는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고 현장의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이 수십분 동안 혼자 집 안에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화재 발생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은 모두 7명. 이 가운데 초등학생 이모양(13)도 있었다. 이 양은 화재가 발생한 집의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으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옆집에서 불이 났으며 어둠 속에서 유독가스를 마시며 공포를 견뎌야 했다. 집 밖으로 빠져나오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당황한 나머지 문을 열지 못했거나 옆집 화재로 전자도어록이 고장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양은 부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수십분을 견뎠다. 이 양이 구조된 것은 화재신고가 접수된 지 20여분 뒤였다.소방관이 도끼로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이양을 메고 집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 양은 병원에 입원 중으로 양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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