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최대 변수로 작용한 쯔위 사태

홍인표 전 경향신문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1월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후보를 3백만표 이상 차이로 이겼다. 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한 것이다.

차이잉원 후보가 이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압승이었다. 민진당은 2008년 마잉주 총통에게 내주었던 정권을 8년만에 다시 찾았다.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도 과반을 넘었다.

왜 민진당이 압승을 했나. 크게 3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국민당 정부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15년 경제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했다. 마잉주 총통 집권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져 해마다 4백만명 중국 관광객이 대만을 찾고 있지만 일반 서민층 살림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국민당이 분배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두는 정권인 만큼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고질병인 국민당 내부 파벌 싸움도 대선 패배에 한몫을 했다. 민진당이 일찌감치 차이잉원 주석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대세론을 굳혀간 반면 국민당은 막판까지도 우왕좌왕했다. 여성 정치인 훙슈주를 후보로 내세웠다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대선을 불과 석달 앞두고 주리룬 국민당 주석을 구원투수로 긴급투입해야 했다. 마잉주 총통이 입법원(국회) 운영에 불만을 품고 원로 정치인인 왕진핑 입법원장(국회의장)을 찍어내기로 당에서 몰아내려고 했다가 실패한 것도 당내 단합을 해쳤다. 쑨원, 장제스로 이어지는 국민당이 패배에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당내 단합부터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당은 막판에 미국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별 도움을 받지 못했다. 국민당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양안정책이라고 보고 미국이 2012년 대만 대선 때처럼 차이잉원 주석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차이잉원 후보는 미국이 싫어하는 대만 독립보다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현상유지를 내세우는 바람에 미국의 거부반응을 최소화했다.

물론 선거 막판에 터진 이른바 쯔위 사태가 젊은층들이 몰표를 차이잉원 후보에게 몰아주는 바람에 압승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쯔위 사태는 JYP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 막내인 대만 소녀 쯔위(周子瑜)가 대만의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사람들이 뿔이 난 사건이다. 이 사태에 대해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대만 젊은이 134만명이 투표장으로 나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에 몰표를 주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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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이 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1956년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중국 푸젠성에서 온 하카족, 할머니는 대만 고산 원주민인 파이완족이었다. 11남매의 막내딸인 그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대만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사, 영국 런던 정경대에서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귀국해서 동오대학, 정치대학교수로 있다가 당시 리덩후이 총통의 발탁으로 국가안전회의 자문위원을 맡았다. 2000년 천수이볜 총통 당시 대륙위원회 주임위원(통일부 장관)을 맡았다. 리덩후이 총통 당시 양국론, 천수이볜 총통 당시 일변일국론과 같은 대만 독립 논리는 모두 차이잉원 작품이었다.

2004년에는 민진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입법위원이 되었다. 2008년 민진당이 총통 선거에서 진 뒤 새 민진당 주석이 되었다. 2012년 총통 선거에 나섰지만 마잉주 총통에게 80만표차로 졌다. 2014년 민진당 주석을 다시 맡아 대선 후보로 나서 마침내 대권을 잡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당선자는 집권 이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침체의 늪에 빠진 대만 경제를 되살려 최대 지지층인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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