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함, 혼다 8인승 SUV 올 뉴 파일럿

류형열 기자

혼다 차를 타보면 금방 알게 된다. 도무지 멋을 부릴 줄 모른다는 것을. 혼다 차에는 피아트처럼 시각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많지 않다. 그런 쪽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튼튼하고, 고장이 나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하며, 실용적인 차를 만드는 게 혼다의 일관된 철학이다.

혼다 올 뉴 파일럿.혼다 제공

혼다 올 뉴 파일럿.혼다 제공

올 뉴 파일럿 뒷모습

올 뉴 파일럿 뒷모습

올 뉴 파일럿

올 뉴 파일럿

올 뉴 파일럿

올 뉴 파일럿

혼다의 8인승 대형 SUV인 ‘올 뉴 파일럿’도 예외가 아니다.

이너 도어 포켓과 핸들, 그리고 프론트 컵홀더에 은은한 조명효과를 넣은 정도가 멋을 부린 것이다. 나머지 실내 인테리어는 소박하고, 평범하다. 소재의 질감에서 고급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은 외관이 2세대의 촌티를 벗어던졌다는 점이다.

각진 차에서 직선이 사라지고 곡선이 많아지면서 인상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세련된 느낌이다.

멋부리는 것은 다른 세상의 일처럼 여기는 혼다의 고집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혼다가 얼마나 꼼꼼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신경쓰고, 기술적인지를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가 워크인 스위치다. 다른 경쟁차들의 경우 3열 시트에 앉으려면 2열 시트를 접은 뒤 앞으로 당겨 공간을 만든 뒤 올라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올 뉴 파일럿은 이를 버튼 하나로 해결했다.

2열 시트 하단에 있는 워크인 스위치를 누르면 2열 시트가 자동으로 접히면서 앞쪽으로 슬라이딩 된다. 어린이나 여성들도 손쉽게 탈 수 있다. 2열 시트 뒷부분에도 워크인 스위치가 있어 내릴 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올 뉴 파일럿에는 ‘혼다 센싱’이라고 불리는 첨단 안전 시스템이 대거 탑재되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RDM) 등이 그것이다. 그릴 안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안쪽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작동되는 이들 시스템은 운전자가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혼다 차에만 있는 ‘레인 워치’는 올 뉴 파일럿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 내비 화면에 오른쪽 후방 상황이 뜬다. 카메라는 조수석 측 도어 미러 하단에 달려 있다. 80°시야각과 리어 범퍼 뒤 50m 범위 이내의 차량 식별이 가능하다. 교차로에서 우회전 할 때 사각지대에 보행자나 자전거, 오토바이가 있는지를 확인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경고음이나 점등으로 알려주는 다른 사각지대 경고 기능에 비해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화면에 시선을 빼앗길 수 있는 것은 단점이다.

운전자 쪽에 사각지대 경고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쉽다.

올 뉴 파일럿의 차체는 1500MPa(메가파스칼)의 초고장력 강판을 비롯해 총 7종의 강판과 첨단 소재로 구성했다. 전체 차량 바디의 55.9%가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다.

이런 안전에 대한 노력은 2015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자동차 안전성 평가에서 전 부문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하며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 TSP+)’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차종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스몰 오버랩 프론트 항목에서 ‘Maginal(미흡)’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전방 충돌 회피(for front crash prevention) 장치 평가에서도 올 뉴 파일럿이 ‘Superior(최우수)’ 평가를 받은 반면 익스플로러는 두 등급 아래인 ‘Basic(기본)’에 머물렀다.

올 뉴 파일럿 실내 인테리어

올 뉴 파일럿 실내 인테리어

올 뉴 파일럿 실내

올 뉴 파일럿 실내

올 뉴 파일럿 지형 관리 시스템

올 뉴 파일럿 지형 관리 시스템

올 뉴 파일럿은 여러 가지 희소성을 갖고 있다.

디젤이 장악하고 있는 SUV 시장에서 보기 드문 가솔린 엔진을 달았다. 디젤차보다 진동이 적어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확실히 덜하다. 터보가 대세인 가운데 자연흡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익스플로러도 자연흡기 모델이 있지만 싱글터보인 2.3 에코부스트 모델만 국내에 들어와 있다.

올 뉴 파일럿에 탑재된 엔진은 3.5ℓ V6 직분사 엔진이다. 최고 출력이 2세대 257마력에서 284마력으로 높아졌다. 최대 토크는 36.2㎏·m.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죽 치고 나간다. 순간적으로 폭발력을 높이는 터보차와는 또 다른 맛이다. 고속주행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 순정한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정숙성도 기대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차량 강성이 높아진데다 프론트 방음유리와 삼중도어실링을 적용해 고속으로 주행에도 풍절음이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에선 9단 자동변속기도 있지만 국내에는 6단 변속기만 적용된다.

복합연비는 ℓ당 8.9㎞(도심 7.8, 고속 10.7)로 익스플로러 2.3 에코부스트(ℓ당 7.9㎞)보다 좋다.

구동방식은 4륜구동이다. 정속주행 시에는 전륜 구동으로 운행하여 연비를 극대화하고, 필요 시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바퀴에서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최대 약 70%의 구동력을 후륜에 전달하고 전륜과 후륜의 속도차이가 감지되면, ECU(전자제어장치가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하여 바퀴에 전달되는 힘을 배분한다.

전후 바퀴뿐만 아니라 좌우바퀴의 토크 분배를 원활하게 해주는 토크 벡터링 기술도 새롭게 적용됐다. 토크 벡터링은 바퀴의 스핀을 제어해주는 기술로 급격한 코너링 상황이나 노면이 불안정한 눈길에서의 주행 성능과 핸들링이 좋아진다.

올 뉴 파일럿은 일반, 눈길, 진흙길, 모랫길의 4가지 주행모드를 가지고 있다. 기아봉 밑에 있는 지형관리 시스템 버튼을 누르면 4가지 모드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시스템이 각 지형에 맞게 구동력을 배분하거나 2WD 모드로 바꿔준다.

오프로드용 다른 기능은 없다. 도심형 SUV, 패밀리카로 개발된 차이기 때문이다.

올 뉴 파일럿은 전장이 4955㎜, 전폭이 1995㎜, 전고가 1775㎜다. 익스플로러(전장 5040㎜, 전폭 1995㎜, 전고 1775㎜)와 거의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다양한 운전 지원 기능 때문에 덩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주차만 해도 전방 코너 센서(2개)와 후방 센서(4개)가 차량 주위의 장애물을 감지하면 경고음과 함께 내부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상황을 보여준다. 멀티 앵글 후방카메라는 노멀 뷰(130도), 와이드 뷰(180도), 톱 다운 뷰 등 세 가지 모드로 뒤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53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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