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ED by SK텔레콤

불펜포수, 골든글러브를 받다

김경은 기자

윤희상은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선발투수다. 김광현과 함께 팀 선발진의 기둥 역할을 한다. 올해 성적은 9승6패. 방어율 4.84.

프로야구 투수들은 세심하다. 손가락, 팔, 팔꿈치, 어깨, 등, 다리의 뼈와 근육 상태에 즉각 반응한다. 나쁘면 공 던지기가 두려워진다. 심지어 손가락에 물집 만 생겨도 그렇다. 자기 몸 만이 아니다. 공을 던질 때 묻히는 로진백의 양도 그렇고 공을 받아주는 포수의 자세에도 신경을 쓴다.

투수의 기분 상태는 몸의 컨디션 못지 않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윤희상과 8년 동안 호흡을 맞춘 포수가 있다. 이석모. 그는 불펜포수다. 그는 실전에 출전하지 않는 ‘경기장 밖의 선수’다. 하지만 윤희상에게 이석모는 ‘동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펜과 마운드를 연결하는 파트너이다. 이석모는 윤희상을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아는 ‘통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SK 와이번스 불펜포수 이석모와 투수 윤희상

SK 와이번스 불펜포수 이석모와 투수 윤희상

불펜포수의 주임무는 경기에 앞서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일이다. 시속 140km 안팎의 공을 하루에 300여개 정도 받는다. SK에서는 1군 투수 12명의 공을 3명의 불펜포수가 받는다. 불펜포수는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포수 글러브(미트)보다 더 무겁고 두꺼운 것을 사용한다. 불펜포수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이석모는 포수 미트를 착용할 때 장갑도 끼지 않는다. 볼집으로 정확하게 포구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이 미트에 꽂히는 순간 경쾌하고 시원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경기에 나서는 투수가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한 불펜포수의 배려인 셈이다.

불펜포수는 공만 받는 게 아니다. 투수의 마음도 받는다. 마운드에 나설 투수들의 마음까지 다스려줘야 한다. 불펜포수가 항상 표정을 밝게하는 이유다. ‘화이팅’도 넘쳐야 한다. 미트로 공을 받는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면 힘찬 목소리로 외친다. “나이스 피칭, 나이스 피칭. 한 번 더”라고. 가끔 좋은 공이 오지 않더라도 투수가 기죽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공, 좋다”, “이런 공은 추신수도 못치겠다”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석모는 그런 것을 잘 한다. 이 때문에 이석모는 SK투수들에게 인기가 많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윤희상도 그 중의 한 명이다.

하루는 불펜피칭 때 이석모가 공을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윤희상은 그날 패전투수가 됐다. 윤희상은 이석모에게 너스레를 떤다. “네가 공을 받아주지 않아서 졌다”고. SK 선발투수인 김광현도 마찬가지다. 김광현은 “석모에게 공을 던질 때가 편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석모의 손

이석모의 손

이석모는 얼마전 투수 ‘라라’가 던진 공에 어깨를 맞았다. 커브 사인을 보냈는데 직구가 날아왔다. 시속 154km짜리 강속구였다. 숨이 멎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다. “OK, OK, 나이스 피칭”이라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투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아픈 티를 내면 투수가 신경을 쓰게 된다. 당연히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석모의 어깨엔 꽤 오랜 동안 시커먼 멍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라라는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포수가 불펜피칭을 한 투수에게 반드시 투구내용을 알려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투수와 불펜 포수가 함께 트레이드 되는 일도 있었다. 우리의 사정은 미국과 일본과는 차이가 난다. 한국의 불펜포수는 투수가 물어 보기 전에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석모는 워낙 많은 공을 받아봤기 때문에 선수들이 본인의 상태에 대해 먼저 물어 경우가 흔하다.

붙임성이 좋은 그는 타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타자인 박정권은 원정길에 나서면 이석모를 챙긴다. 아니 이석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석모는 “‘3일 원정’ 중에 두 세번은 꼭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타격 상태 등에 대해 물어본다”면서 “나의 얘기에 귀를 기우려 주는 게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석모의 조언은 눈을 맞추며 공감하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일련의 과정이다. 그가 준비하는 미래도 거기에 있다. 그는 요즘 경기 전력분석 업무를 돕고 있다. 4년 전부터 시작한 일이다. 전력분석팀은 상대팀을 분석한 정보를 토대로 다음 경기에 대한 ‘작전’을 짠다. 이를테면 투수와 포수에게 상대타자의 특징, 상대투수 공략법, 그리고 수비시의 주의 사항 등을 숙지시키고 환기시킨다. 또 다른 ‘연결’을 위한 작업이다.

전력분석중인 SK 와이번스 불펜포수 이석모

전력분석중인 SK 와이번스 불펜포수 이석모

그렇지만 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불펜포수다. 제일 먼저 출근해서 훈련장 상태를 살핀다. 장비를 챙기고 배팅 케이지도 설치한다. 피칭머신 상태도 살피다.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몸을 푸는 선발 투수의 구위까지 점검한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즐기면서 한다. 자신의 장점으로 꼽는 친화력이 바탕이 됐다. 이 친화력은 선수들이 ‘찾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거기에 적극성도 한 몫했다. 그 때문인지 이석모는 팀에서 ‘만능맨’으로 통한다. 포수 이재원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재”라며 ‘엄지척’을 했다.

그가 이처럼 단단해진 것은 설움과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모는 고교시절 프로 입단을 꿈꾸던 촉망받던 선수였다. 불펜포수의 설움을 떨치고 프로구단에 입단할 기회도 있었다. 2009년 김성근 SK감독은 그와 계약(신고선수)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에겐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의 신분이 대학생(휴학중)인 게 문제였다. 프로야구 선수로 등록하려면 드래프트에 나와야 하는데 이석모는 이미 대한야구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아마추어 선수 였다. KBO에 등록할 수 없었다. 그의 어릴적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불펜포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을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한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 할 때 인정받는다. 이석모가 불펜포수로 1000경기 출전하던 지난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그의 수고에 보답하는‘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음지의 조력자와 양지의 스타선수가 연결의 끈을 단단히 매는 의식이었다. 그는 이날 ‘골든 글러브’를 선물받았다. 글러브에는 “석모야, 고마워”라는 자수 글씨가 씌여 있었다. ‘한 줄로 쓴 스타선수들의 마음’이자 사람과 사람의 진심을 잇는 고리였다. ‘연결의 파트너’다.

SK텔레콤이 브랜드 광고 행사로 지난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마련한 ‘불펜포수 1000경기 출전기념식’에서 이석모 불펜포수가 선물받았던 ‘골든 글러브’.

SK텔레콤이 브랜드 광고 행사로 지난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마련한 ‘불펜포수 1000경기 출전기념식’에서 이석모 불펜포수가 선물받았던 ‘골든 글러브’.

연결의 파트너는 진실한 연결이 만들어가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 SK텔레콤의 기업광고 캠페인이다. SKT는 TV광고 이외에도 이석모의 사연을 담은 바이럴 영상도 공개와 함께 ‘연결의 파트너 퀴즈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