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에겐 너무 짧은 5년, 너무 높은 9%

이진주 기자

건물주·임차인 공생하려면

건물주와 임차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공생하는 대안은 없을까.

우선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는 5년 동안 임대료 인상률이 연 9%를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상가 운영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에 임대료 인상 보호를 받는 5년은 너무 짧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 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상 한도를 낮추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지역상권 보호 및 활성화 지원 법안’ 공청회에서는 이정현 무소속 의원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했다. 두 법률안 모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률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건물주와 상인들이 연대하는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크고 작은 옷 가게가 많아 쇼핑객들로 붐볐던 서울 이화여대 뒷골목은 한때 상가 권리금이 1억원을 웃돌 정도로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였다. 그러나 비싼 권리금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빠지면서 빈 점포가 늘고 상권이 죽었다. 결국 ‘‘52번가 스타트업 상점가 상인회’와 ‘이대앞 357길 상점가 상인회’를 조직한 상인들이 건물주들을 만나 설득했다. 그 결과 건물주들이 계약 기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서대문구청도 나서 상인회와 건물주들이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전국 최초로 맺게 됐다.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 해결책을 찾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장기안심상가’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장기안심상가는 상가임대를 하고 있는 건물주가 5년 동안 임대료를 동결, 혹은 3% 전후로 소폭 인상하겠다고 약속하면 서울시가 최대 3000만원까지 해당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 임차인은 별도의 부담 없이 최장 5년 동안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다. 장기안심상가는 지난해 34개 건물과 총 125명의 임차인이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대선 주자들도 잇따라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료 상한 한도를 9%에서 5%로 낮추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상업보호구역지정제도’를 도입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하고 자영업자들의 협동조합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배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도시연구단장은 “사적소유권이라는 개념에 집착하지 말고 부동산이나 토지를 지역 전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젠트리피케이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가 개입해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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