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트럼프의 ‘악수 외교’···트럼프의 손은 김정은에게 따뜻했다

이인숙 기자

마크롱과 기싸움, 메르켈에게 악수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의 손은 정직하다. 악수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만나는 외국 정상과 ‘악수 외교’을 할 때마다 뒷얘기를 낳는다. 악수는 제대로 했는지, 몇 초 동안 손을 잡고 있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AFP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AFP연합뉴스

■트럼프의 손은 김정은에게 따뜻했다

말많은 트럼프의 ‘악수 외교’···트럼프의 손은 김정은에게 따뜻했다

세기의 담판이 이뤄지는 12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 복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쪽 복도에서 걸어나왔다. 두 사람은 인공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약 12초간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먼저 내밀자 김정은 위원장이 힘차게 맞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내민 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김 위원장의 팔을 토닥였다.
어색함은 감출 수 없었지만 두 정상이 나눈 첫 악수는 꽤 호의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날 때처럼 함박 웃음은 아니지만 미소를 지으며 영어로 첫 인사를 건넸다. “나이스 투 미트 유 미스터 프레지던트(Nice to meet you, Mr.President)”

■트럼프, 마크롱과 ‘기싸움’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트럼프가 이번에는 팔씨름에 가까운 악수를 했다. 상대는 아들 뻘인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40)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을 앞두고 브뤼셀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따로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와 마크롱은 점심을 함께 하기 전 나란히 놓인 의자에 앉아 악수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기싸움을 하듯 9초 가량 서로의 손을 꽉 쥐었다. 현장에 풀 기자로 들어간 필립 러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두 정상이 악수한 장면을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고 이는 악물었으며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고 묘사했다. 마지막 순간 트럼프가 힘을 풀어 손가락이 느슨해졌지만 마크롱은 여전히 트럼프의 손을 세게 잡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트럼프와 마크롱은 이날 오후 정상회담에서도 악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마크롱은 나른 나라 정상 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트럼프를 기다리게 했다. 트럼프가 마침내 마크롱과 마주했을 때 그는 마크롱의 손을 세게 잡아당겼다”며 “카메라에 잡힌 두번째 어색한 순간은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마크롱과 메르켈은 유럽 통합과 개방,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등 노선을 함께 한다. 지난해 취임한 마크롱은 바로 다음날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메르켈을 만나러 독일 베를린으로 달려갔다.

■메르켈 악수 제안 거절한 트럼프

지난해 3월 17일 트럼프는 워싱턴 백악관에서 ‘유럽의 대통령’이라 여겨지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났다. 두 사람은 회담을 하기 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나란히 앉아 사진 촬영을 했다. 이런 때 화기애애한 악수는 통상적인 외교적 제스처다. 기자들이 악수를 요청하고 메르켈이 “악수를 하실래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는 대꾸도 없이 얼굴을 찌푸리기만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외교적 무례라는 지적이 나오자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악수하자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4월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누군가 ‘메르켈과 악수하라’고 소리를 친 것 같다. 하지만 난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메르켈과 그 전에 네 번이나 악수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최상의 케미 중 하나(One of the best chemistries)가 메르켈과 만났을 때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아베 손은 19초 동안 놓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0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0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해 2월 1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손을 19초 동안 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악수하면서 왼손을 아베의 손등에 얹어 쓰다듬으며 호의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악수가 너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CNN은 이날 악수를 ‘세계 정상 간의 가장 어색한 악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아베는 미국 인프라 투자 등 온갖 경제협력 선물을 트럼프에게 안겨 국내에서 ‘조공외교’라는 비판도 들었다. 트럼프는 이런 아베를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태워 자신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트럼프의 전용차를 함께 타고 리조트 근처 골프장 두 곳을 옮겨 다니며 27홀을 돌았고 부부동반 만찬 등 네 끼를 같이 먹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