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눈물의 에이스’ 손흥민의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다

로스토프나도누 | 양승남 기자

손흥민(26·토트넘)은 멕시코전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기회만 생기면 쉴새없이 슛을 날렸고,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기 위해 계속 몸을 부딪쳤다. 작은 공간이라도 생기면 앞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렇게 90분을 쉴새 없이 달렸다. 손흥민은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후반 추가시간 상대 수비벽이 엷어지자 지체없이 왼발슛을 때렸고, 공은 골대 구석을 향해 날아가 그물을 흔들었다. 포기를 모르는 손흥민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마친 손흥민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로스토프나도누=김창길기자cut@kyunghyang.com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마친 손흥민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로스토프나도누=김창길기자cut@kyunghyang.com

손흥민은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3분에 골을 터뜨렸다. 동점까지 쫓아가기엔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지만 그의 한 방은 새벽잠을 이루지 않고 끝까지 응원한 축구팬에게 위안을 안겼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대회 알제리전에 이어 월드컵 2회 연속 골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후배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한참 동안 끌어안았다. 그리고 주저앉은 다른 동료들을 일으키고 다독였다. 마지막까지 그라운드에 남아서는 응원해준 팬에게 박수를 보냈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담담히 동료와 팬을 챙긴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라커룸으로 들어가서는 동료들 앞에서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눈이 부은 채 공동취재구역에 나온 손흥민은 “제가 (팬과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초반에 찬스 왔을 때 공격수 입장에서 잘해줬어야 했다”며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 왔을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월드컵은 정말 어려운 무대고 아직도 무섭다”라며 힘든 기색도 비쳤다.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지만 손흥민의 이날 대표팀 에이스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경기 내내 상대 골문을 노렸고, 기회가 생기면 돌파해 멕시코 수비진을 괴롭혔다. 스웨덴전에서 슈팅 하나 없었던 손흥민은 별렀던 멕시코전에서 9개의 슛을 날려 마침내 골까지 터뜨렸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91.2%의 높은 패스성공률로 동료들을 살리는 데에도 힘썼다. 적장인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도 “손흥민은 정말 멋진 골을 넣었고, 지금도 훌륭하지만 미래가 더욱 밝다”며 칭찬할 정도였다.

손흥민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 후 16강 진출이 좌절될 것으로 생각하고 인터뷰할 때에도 손흥민은 “(독일전은) 그래도 나라를 위해 마지막까지 다시 해야 한다.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죽기 살기로 해야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하늘은 손흥민이 더욱 힘을 낼 무대를 마련해줬다. 독일이 스웨덴을 잡으면서 한국이 독일전에서 승리할 경우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실낱 희망이 생긴 것이다.

손흥민은 2경기 동안 그랬듯이 독일전에서도 가장 앞장 서서 뛸 것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오래 활약해 상대를 잘 아는 손흥민이다. 그가 멕시코전 골맛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어떤 드라마가 완성될지 알 수 없다.

손흥민은 “16강을 가고, 못 가고를 떠나서 마지막 경기에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심기일전하겠다는 에이스의 굳은 의지가 있기에 한국 축구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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