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솔레이마니는 한때 같은 편이었다”

김향미 기자
이란 시민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이란 시민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미군의 폭격으로 지난 3일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한때 탈레반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미국과 함께 싸웠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니파 탈레반에 맞서는 무장세력인 북부동맹을 지원했다. 9·11 테러 발생 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전쟁을 시작하자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끄는 쿠드스군은 미국의 묵인하에 북부동맹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고,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 기지의 지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쿠드스군은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이란 내 잔당을 소탕하는 데도 협조했다. 또한 이란은 미국이 아프간의 전후 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협력했다. 솔레이마니는 지난 2006년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와 미국이 지지하는 이라크 정부가 휴전을 맺는 것을 도왔고, 시아파 민병대에게 바그다드 내 미국 시설 공격을 멈추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부상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측면에서도 미국과 솔레이마니는 같은 편에 선 셈이었다.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이를 진두지휘했다. 2015년 초 IS가 점령했던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작전 직후 3일 트위터에 “솔레이마니는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들이 비밀리에 아프간으로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라고 썼으나, 이는 거짓으로 펜스 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적했다. 그동안의 9.11 테러 조사 보고서와 관련국들의 어떤 조사·보고에서도 솔레이마니 연루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SCMP는 솔레이마니의 행적과 그가 중동 시아파 사이에서 우상과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것은 ‘자기 발에 총을 쏜’ 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인 케네스 폴락은 “중동 시아파에게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제임스 본드, 에르빈 로멜, 레이디 가가를 모두 합친 것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SCMP는 “탄핵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솔레이마니 살해를 지시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의 죽음은 중동 전체의 안보를 악화시키고 미국의 적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며 “중동과 동부 지중해 지역에서 (솔레이마니) 대리인들의 보복이 예상되며,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단지 그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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