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으로 몸 만드는 '비건 보디빌더' 들어보셨나요?

최유진 인턴PD
채식으로 몸 만드는 '비건 보디빌더' 들어보셨나요?

하루에 다섯 시간 운동은 하지만, 고기는 먹지 않는다. 1년에 세 번은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지만 고봉밥 수준의 잡곡밥을 먹을 뿐이다. 몸 만들기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흔한 닭가슴살과 단백질 보충제도 필요 없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지’라는 편견을 단숨에 깨버리며 삼시 세끼 채식으로 근육을 만드는 비건 보디빌더는 말한다.

“고기를 안 먹으니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힘들어 보인다는 말들을 많이 듣지만 편견이라 말할 수 있어요.”

채식 보디빌더 최성문(39)씨의 이야기다. 대전 유성구의 한 생활체육센터를 관리하는 성문씨는 헬스 트레이너 경력 10년, 보디빌딩 4년 경력을 지녔다. 소위 운동 꽤나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채식을 시작한 지 3년 째. 채식 중에서도 육류뿐 아니라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 비건(Vegan)이다. 채식 단계 중에서도 과일만 먹는 프루테리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단계에 속한다. 곡류나 콩, 채소, 견과류, 과일로 단백질을 섭취한다.

비건 보디빌더 최성문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비건 보디빌더 최성문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성문씨도 고기를 즐겨 먹고, 많이 먹던 시절이 있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질리도록 닭가슴살만 먹었었죠.” 그랬던 그가 달라진 건 3년 전 건강검진 이후부터다. “검사 결과 간, 신장,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 너무 나쁘게 나왔어요. 충격이었죠. 단백질에 의존한 기존의 보디빌딩 식단은 저한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 자연스레 채식에 관심이 갔죠” 이후 알음알음 책과 인터넷으로 영양학을 공부하면서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하면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하세요?’ 그가 듣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채식한다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일반 백반에서 동물성 음식만 빼고 잡곡밥, 나물 반찬 위주로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평소 아침은 사과, 바나나, 고구마를 간단하게 먹는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현미, 옥수수, 감자 등의 복합 탄수화물 음식만 충분히 섭취해줘도 그 안에 사람에게 필요한 단백질은 모두 얻을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고기를 줄인 대신 잡곡밥을 성인 밥 분량의 2~3배를 먹어 충분한 열량과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채식 이후 몸소 변화를 느꼈다. 비건 3개월 차에 건강검진 수치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던 단백질 파우더와 각종 보조제도 모두 끊었다. “일 때문에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해야 해서 전에는 몸이 피곤했는데, 이제는 하루종일 몸이 개운하다”고 했다. 좋아진 컨디션으로 운동 횟수도 늘렸고 2017년도부터 보디빌딩 대회 입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가 채식으로 운동해서 계속 입상도 하고 하니 동료들도 한번 시작해볼까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동료 보디빌더들이 보내던 다소 불편한 시선들도 너그러워졌다고 말한다.

이제 비건 3년 차. 건강해진 몸에 만족하는 그이지만 때로 주변 사람들의 편견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고기 좀 먹어라’, ‘고기 안 먹으니까 얼굴이 그렇게 안좋지’ 등. “무조건 저한테 안 좋은 모습이 보이면 고기를 안 먹으니 그런다고 오해하세요. 운동을 많이 하거나, 잠을 못자서 피곤한 건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하긴 하죠.” 되려 그는 가족에게도, 헬스장 회원에게도 채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개인의 선택사항이니까 서로 이해하면서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채식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새 꾸준히 늘고 있다. 편의점 간편식에도 채식 라면, 비건 버거가 등장했다. 지난 12월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에서 200만 명 사이로 추산된다. 성문씨는 “제가 비건 보디 빌더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채식을 알리면, 강요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채식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비건 보디빌더로서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식 보디빌더 성문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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