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10년, 딸 유해 찾는 아버지 "꼭 한번 안아주고 싶다"

김윤나영 기자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은 11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해안을 찾은 한 주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일본 북동부 해안에서는 10년 전 이날 규모 9.0의 강진과 함께 쓰나미가 발생해 1만8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와키|로이터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은 11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해안을 찾은 한 주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일본 북동부 해안에서는 10년 전 이날 규모 9.0의 강진과 함께 쓰나미가 발생해 1만8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이와키|로이터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곳곳에서 고인의 10주기를 기렸다. NHK방송은 이날 후쿠시마현 곳곳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유해를 찾지 못한 이들도 집에서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했다.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만5899명에 달한다. 2526명은 실종자로 남았다.

후쿠시마현 다테(伊達)시에 사는 키츠나이 유코(橘內優子·55)도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 중 한 명이다. 10년 전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 살던 아버지(사망 당시 74세)와 오빠(50세), 숙모(62세), 조카(20세)를 쓰나미가 삼켰다. 오빠와 조카의 유골은 돌려받았지만, 아버지와 숙모는 아직도 못 찾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손바닥만 한 나뭇가지를 주워다 유골을 대신하고 있다. 집에서 고인들의 영정을 놓고 조용히 손을 모아 기도한 그는 “10년이 지나도 몸의 절반을 잃은 것 같은 마음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NHK방송에 말했다.

쓰나미로 딸을 잃은 기무라 노리오(木村紀夫·55)도 초등학교 1학년이던 딸의 유해를 여전히 찾고 있다. 2016년 12월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딸의 목도리와 뼛조각을 찾아낸 그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다시 만나서 한번 꼭 안아주고 싶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리라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은 벌써 10년이라고 말하지만, 내게는 아직 겨우 10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쓰나미로 조부모를 잃은 사사키 카이치(佐佐木嘉一·35)도 미나미소마시에 있는 묘소에서 성묘했다. 사사키는 조부모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커피와 담배를 묘 앞에 올려놓았다.

조부모와 함께 살던 사사키는 10년 전 조부모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했다. 지진 당일 집에 있던 조부모를 구하러 회사에서 차를 운전해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들이닥친 쓰나미를 보고 차를 버리고 높은 지대로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아침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사달라는 부탁을 받고 건네받은 1000엔짜리 지폐가 유일한 유품이 됐다.

쓰나미 이튿날인 3월 12일 원전에서 20㎞ 이내에 있는 미나미소마시 오다카(小高)구 전역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그는 시신도 수습할 수 없었다. 미나미소마시의 임시대피소에서 매일같이 시체안치소를 찾아가 석 달 뒤에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유해를 찾아왔다. 사사키는 “조부모를 대신해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한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이 11일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아 일본 후쿠시마현 남동부 이와키시의 히사노하마 바다 앞에서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 이와키|AFP연합뉴스

추모객들이 11일 동일본 대지진 10주기를 맞아 일본 후쿠시마현 남동부 이와키시의 히사노하마 바다 앞에서 희생자들에게 묵념하고 있다. 이와키|AFP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불과 8㎞ 떨어진 나미에마을의 한 공동묘지에는 이날 아침부터 기도하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니가타(新潟)현에서 온 이시카와 타다마사(石川忠正·69)도 10년 전 목숨을 잃은 친구 3명과 친척 2명을 위해 이곳에서 향을 피웠다. 이시카와는 “10년은 긴 듯 짧았다. 친구 3명 모두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에 빨리 발견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도했다”고 말했다.

프로 야구경기장에도 조기가 내걸렸다. 도호쿠 라쿠텐 골든 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전이 열리는 시즈오카현 쿠사나기 야구장에서 이날 양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에 1분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지진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미야기(宮城)·이와테(岩手) 등 3개 현에서는 전날 일제히 희생자 수만큼의 등불에 불을 밝히는 추도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도쿄 지요다구의 국립극장에서는 일본 정부 추도식이 열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전날 배포한 서면답변에서 “사고의 교훈은 안전 신화로부터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전 재가동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규제 기준을 적용해 현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사 10년을 맞아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부흥 정책을 펴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동일본 대지진 1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지진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일본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나 지역에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면서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출 확대 정책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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