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 소녀부터 코로나19 봉사자까지 군부 총격에 희생

김윤나영 기자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를 좋아하던 순진무구한 소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자원봉사를 했던 성실한 청년….

미얀마 군경의 무자비한 발포로 숨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미얀마가 슬픔에 휩싸였다. 지난 27~28일 이틀간 미얀마 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숨진 사람은 최소 137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가 최소 7명 포함됐다. 누적 사망자는 452명으로 늘어났다.

11살 소녀 미얏 뚜는 지난 27일 미얀마 남동부 도시 몰메인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그의 관 옆에는 장난감들과 꽃, 그리고 생전에 좋아하던 고양이 캐릭터인 ‘헬로키티’ 그림이 놓여있었다. 미얏뚜가 흰 종이에 직접 그린 귀여운 헬로키티 옆에는 그녀의 영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웅진 표(18)는 만달레이에서 열린 시위 최전선에 섰다가 군의 총에 맞고 숨졌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를 돕는 자원봉사를 했고, 풋살 클럽의 골키퍼를 맡은 활동적인 청년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관 옆에서 “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나도 데려가라”고 오열했다.

고국에서 꽃다운 목숨들이 스러져갔던 이날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스 미얀마 대표로 나갔던 한 레이는 흰색 의상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눈물로 도움을 청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한 미인대회다. 한 레이는 “오늘 내가 이 무대에 서는 동안, 조국 미얀마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얀마를 제발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관심과 박수를 받았다.

군부가 어린이까지 무차별 사격하고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후 산 채로 불태웠다는 소식에 국제 사회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절대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끔찍하게도 많은 사람이 완전히 불필요한 이유로 살해됐다”고 군부를 비판했다. 유엔 내부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긴급정상회담을 열어 미얀마에 무기와 자금 공급을 끊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군부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들이 ‘규탄 성명’만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가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부가 임명한 아웅 나잉 우 투자·대외경제관계부 장관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쿠데타가 미얀마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실제 자국 기업의 투자와 사업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에는 중국과 러시아, 아세안이라는 ‘뒷배’도 있다. 미얀마 군부는 2017년 로힝야족 학살 사태 이후 서방국가들의 투자가 줄어들자 아시아로 투자 유치 방향을 틀었다. 미얀마의 10대 교역국은 중국, 태국,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다수다. 특히 2016년부터 지난 1월까지 미얀마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 1, 2위는 싱가포르(45%)와 중국(14%)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얀마가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다.

군부가 100여명을 사살해 미얀마 시민들이 비통에 휩싸였던 지난 27일에도 군부는 ‘국군의 날’ 행사 이후 보란듯이 성대한 호화 파티를 열었다. ‘국군의 날’ 행사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이 사절단을 보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군부 고위 관계자들은 흰 제복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레드카펫을 걸으며 성찬을 즐겼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군부의 동맹국들이 건재하다고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이다.

미얀마 군이 최소 114명을 사살한 27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군의 날’ 기념식 뒤 호화 파티를 열고 있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미얀마 군이 최소 114명을 사살한 27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미얀마군의 날’ 기념식 뒤 호화 파티를 열고 있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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