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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개그가 사라진 불편한 진실

박병률 기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나 정치얘기가 나옵니다. 코로나19로 대면모임이 힘들기 때문일까요, 카카오톡 단톡방은 더 뜨겁습니다.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정치 밈들이 넘쳐납니다.

그런데 유독 조용한 곳이 있습니다. 코미디계입니다. 풍자 코미디 혹은 개그가 실종됐습니다. 공중파에서는 아예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진 탓도 있습니다만 있어도 시사·정치 풍자가 왕성하게 나왔을 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tvN의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정치풍자는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윅픽]정치풍자 개그가 사라진 불편한 진실

풍자의 백미는 시사와 정치입니다. 선을 넘을 듯 말듯한 촌철살인한 풍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줍니다. 엄혹했던 5공 시절에도 TV에는 정치풍자, 시사풍자가 펄떡였습니다. 코미디언 고 김형곤씨가 연기한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나 ‘탱자 가라사대’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독한 정치풍자는 있었습니다. ‘LTE 뉴스’, ‘내 친구는 대통령’, ‘민상토론’, ‘대통형’ 등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서 웃음을 빼앗아 간 것일까요.

시사풍자에 일가견이 있는 개그맨이죠. 개그맨 황현희씨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황현희씨는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불편한 진실’ ‘집중토론’ ‘범죄의 재구성’ ‘남성인권보장위원회’ 등을 통해 다양한 시사풍자 개그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정치시사 풍자 개그가 사라진 원인에 대해 ▲혐오, 차별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민감해지면서 개그의 소재가 고갈됐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특정인에 대한 풍자를 하기가 어려워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겠다고 시작한 정치풍자인데, 많게는 국민 절반가량의 환호 대신 비판을 애초부터 각오해야 한다면 누가 그것을 시작하려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도 원인을 꼽습니다. 보수정권 시절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진보 연예인들 다수가 블랙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성 평론가는 “새로 들어선 정권에 의한 보복이 연예인들에게도 반복되다 보니 제작진이나 코미디언들이 정치풍자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현희씨도 지금은 코미디를 잠시 중단했습니다. 틈틈이 방송은 나가지만, 개그랑은 거리가 멉니다. 개그계를 잠시 떠나있는 동안 현실경제에 관심을 갖게됐고, 그 경험을 모아 최근에는 <비겁한 돈>이라는 책도 냈습니다. 하지만 황현희씨는 반드시 개그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나이 오십쯤 됐을때,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시사풍자 개그를 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입니다. “조사하면 다나와”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황현희씨가 유행시켰던 유행어들입니다. 그의 신랄한, 그러나 발랄하고 통쾌한 개그를 다시 볼 날을 기대합니다. 반드시 ‘성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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