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원전은 뺐지만 LNG 포함…‘그린워싱’ 논란

강한들 기자

환경부 “과도기적 필요 경제활동”…녹색위장행위 여지 남겨

환경부가 어떤 경제활동이 환경보호·탄소중립에 기여하는지를 규정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30일 발표했다. ‘녹색 경제활동’에 원자력 발전은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발전은 포함했다. 원전을 뺀 것은 국제적 기준에 맞췄지만 LNG 발전을 포함한 것은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는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으로 나뉘어 총 69개의 세부 경제활동이 들어가 있다. 정부는 녹색 부문을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수소 환원 제철 등 64개 경제활동을 포함했다.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CCUS) 등 중장기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술도 포함됐다. 전환 부문은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서 LNG 발전, LNG 기반 수소(블루수소) 생산 등이 들어갔다.

환경부가 2년여 준비해 이날 발표한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는 녹색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원칙과 기준을 정부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 투자자들에게 어떤 활동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투자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를 통해 민간·공공 자금이 녹색사업, 녹색기술 등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그린워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원자력 발전’ 분야는 녹색분류체계 지침서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볼 때 신규 원전을 도입하지 않고 있고, EU(유럽연합)의 분류체계에도 원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수력원자력이 환경부에 “원전은 초저탄소 에너지원”이라는 검토 의견을 냈고, 향후 EU가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 경우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LNG 발전을 두고는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침서에는 LNG 발전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넣어 한시·조건부로 포함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침서에 전환 부문은 진정한 녹색 경제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명시돼 있고, (LNG 발전에) 높은 수준의 인정 기준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에 녹색분류체계 포함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연가스가 시추되고 액화돼 국내로 운송·소비되는 전체의 과정을 고려하면 LNG 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전 과정을 고려하면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녹색 부문과 전환 부문이 나뉘어 있더라도, 시장에서는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서 이를 인수하는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천연가스와 전환 부문에 투자를 한다 해도 ‘녹색 채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투자자들이 녹색 채권을 인수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했다고 스스로 증명할 수 있고, 환경에 도움 되는 사업에 쓰일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며 “전환 부문이 포함된 녹색분류체계는 분류체계의 취지 자체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녹색분류체계에 천연가스를 포함한 것이 향후 다른 나라의 분류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녹색분류체계와 유사한 체계에서 화석연료인 LNG를 포함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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