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인플레이션 (4)

통화 당국, 물가 잡으려 기준금리 인상 등 개입…채무자 이자 부담 높아져

이창준 기자

물가가 오르면 돈 빌린 사람이 정말 이익 보나

고물가는 돈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중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물가 상승은 곧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채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려 채무자에게는 유리하고 채권자에게는 불리하다는 것이 통상적인 경제학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자율 등 종합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채무자에게도 결국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예상이 불가능한 인플레이션은 부를 채권자 쪽에서 채무자 쪽으로 이동시킨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채의 액수는 변하지 않지만 물가가 올라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부채의 실질 가치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가령 A가 B에게 연 10%의 이자율로 100만원을 빌렸는데 1년 뒤 물가가 2배로 오른다면 1년 뒤 100만원의 실질 가치는 돈을 빌린 시점 기준 50만원으로 줄어든다. A는 그만큼 이익을, B는 손해를 보게 된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채권자는 예상되는 피해만큼 이자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에서 B는 손해를 막기 위해 예상되는 물가상승률(100%)만큼 이자율을 올릴 수 있다. 이 경우 B는 화폐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구매력 관점에서 여전히 10%의 이자 수익을 챙기게 된다. 이 10%의 이자율을 실질 이자율, 형식상 A와 B가 주고받는 110%의 이자율을 명목 이자율이라고 한다.

예상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통화 당국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높아진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융회사의 조달비용이 커지고, 이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고정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이미 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이자가 오르지 않겠지만 추가 대출에 대한 비용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채무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채무자가 실물 자산이 없고 고정급을 받는 봉급 생활자라면 고통은 더 커진다. 통상 임금협상은 연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급격한 물가상승이 임금에 곧바로 반영되기 어렵다. 또 임금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기업이 비용 문제로 주저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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