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보도, 풍부한 콘텐츠 ‘긍정적’…분석은 너무 코멘트 의존

정리 이정호 기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6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6월 정기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웅(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박영흠(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김나리(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위원,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표미정(동명여고 수학교사),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오지혁(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위원, 김준기 경향신문 뉴스콘텐츠부문장.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2022년 6월 정기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희웅(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박영흠(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김나리(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위원,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표미정(동명여고 수학교사),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오지혁(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위원, 김준기 경향신문 뉴스콘텐츠부문장.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2022년 6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김호기 위원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나리(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 박영흠(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오지혁(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윤희웅(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표미정(동명여고 수학교사) 위원이 참석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독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보도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경마식 보도를 자제하고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풍부한 콘텐츠를 생산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선거 결과 분석이 전문가나 시민들의 코멘트에 의존하는 방식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 기사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판 음서제, 대입 스펙’과 ‘두 얼굴의 공정’ 등의 시리즈는 공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경마식 보도 않고 ‘균형 시각’ 신선
기초자치단체 상황도 상세히 소개
‘국정안정론’ 관점 치중은 아쉬워

김호기 = 대통령 선거에 이어 얼마 전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 때는 신문이 가장 바쁜 때가 아닌가 싶다. 독자위원들을 대표해 경향신문 구성원들에게 선거 취재·보도에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박영흠 = 지방선거 후 더불어민주당의 참패 등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이 교수와 시민들의 코멘트를 전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채널과 플랫폼이 등장하기 이전 시대의 보도 방식이다. 당시는 레거시 미디어(신문·방송 등 전통적 언론매체)가 아니면 그런 분석을 하고 보도를 할 수 있는 매체가 없던 시대이기 때문에 통용이 됐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채널들이 생겼다. 몇 명의 얘기를 듣고 기자가 판단해 분석하는 방식은 지금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어렵다. 기존 보도 방식에 머물러 있으면 차별화가 어렵고 그런 언론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윤희웅 = 지방선거 보도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기초자치단체 선거 상황도 상당히 많이 소개했다. 여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치우치지 않게 보도하려는 고민들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것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경마식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마식 보도의 유혹이 있었을 텐데 이를 자제한 것은 긍정적이다. 청년들에 대한 보도도 선거 전후에 풍성하게 나왔고, 이전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교육감 선거 관련해서 상당히 비중있게 보도하려는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이번 지방선거를 일관되게 국정안정론과 정권견제론의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힘 있는 여당 후보에 의한 지역발전론이 더 잘 먹히는 프레임인데, 국정안정론의 시각에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5월19일에 나온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 기사는 지방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그동안 지방선거가 주민들의 삶을 바꿔온 긍정적 부분도 충분히 다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면 항간에서 많이 나오는 기초의원 폐지 같은 흐름과도 맞닿을 수 있어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 기획’ 쟁점 설명 눈길
전문가 기고 2건도 상황 이해 도움

표미정 = 교육감 선거 관련 기사가 풍부하고 충실했다. ‘키워드로 본 교육감 선거’ 기획이 4차까지 이어졌는데, 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것들이 쟁점인지 상세히 설명해줬다. 보수의 의제가 진보의 의제도 되고 진보의 의제가 보수의 의제도 되는 상황, 교사는 출마할 수 없는 여건, 교육감을 뽑는데 아이들은 투표할 수 없는 상황 등에 대해서도 잘 정리했다. 관련 전문가 기고도 2건 있어 참고가 됐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되면 안 되고 유권자들이 제대로 보고 뽑아야 한다고 독려하는 기사들도 의미가 있었다.

곽경란 = 현 정부 장관 후보자들 인사검증 기사로 경향신문은 ‘이달의 기자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검증 기사는 너무 적었다. 한 장관의 후보자 내정 뒤 지난 4월 법조팀에서 3건이 나왔고, 4월21일부터 5월5일까지는 한 건도 안 나왔다. 인사검증팀에서 5월5일 두 건의 보도를 냈는데, 한 장관 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혹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는 것과 입시 컨설팅은 없었다는 한 장관 측의 해명과 달리 미국 컨설턴트로부터 유료 지도를 받았다는 기사다. 이 기사들은 맥락이 있는데 경향신문은 앞의 맥락들을 보도한 적이 없다. 경향신문만 읽는 독자들은 이해가 안 되는 기사였을 것이다. 다른 언론사들이 같은 시기 내보낸 한 장관 검증 기사가 팩트 기준 15건 이상인 점, 경향신문이 김인철·정호영 등 다른 후보자 검증 보도를 팩트 기준 15건 이상 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기사가 적었다. 한 장관 의혹과 관련해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거나 취재가 어려웠다면 왜 그랬는지 점검해야 할 일이다.

‘한동훈 인사검증 기사’ 너무 적어
취재 과정 ‘왜 그랬는지’ 점검해야

박영흠 = 한동훈 장관 의혹과 관련해 다른 매체에서 많은 보도를 했는데, 경향신문에서는 이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의혹의 내용들이 형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언론이 충분히 보도할 만한 가치는 있는 사안으로 생각된다. 다른 매체가 특종으로 보도한 내용을 잘 받아쓰지 않는 것이 언론계의 관행이긴 하지만 이 정도 중요한 이슈라면 충분히 쓸 만했다.

신지영 = 한동훈 장관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대판 음서제, 대입 스펙’ 시리즈 기사 3편이 나왔고, ‘두 얼굴의 공정’이라는 시리즈도 보도했다. 두 기획 시리즈 모두 품을 많이 들인 기사인데, 공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깊이 있는 내용들이다. 특히 ‘두 얼굴의 공정’ 기사는 우리가 공정이라는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앞으로 공정 담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시민사회에서 공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후속 기사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몇몇 기사 제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 있다. ‘맞춤인재 밭떼기 채용 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었는데, ‘밭떼기’라는 표현은 사람한테 쓸 단어는 아니어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서울 사는데 지방 후보 선거문자, 시민들 짜증나’라는 기사 제목도 문제다. 서울도 지방 아닌가. 그래서 지방선거다. 서울과 지방을 구분짓는 것도 문제이고, 지방이라는 말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지역이라고 바꾸어 쓰고 있다. ‘서울 사는데 강원 후보자 문자 와’라는 식으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표미정 = 내용이 너무 어려워 잘 읽히지 않는 기사가 몇몇 있었다. ‘두 얼굴의 공정’ 기획 시리즈의 경우 첫 번째 기사는 분석도 좋았고, 대안도 있어서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쓴 두 번째 기사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읽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가상통화 루나 사태 관련 기사도 어려웠다. 5월14일자 2면에 기사가 두 꼭지 실렸고 사설까지 썼는데, 그 정도면 매우 중요하게 다룬 사안이다. 하지만 가상통화 체계나 유형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다. 독자들 중 이 사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썼으면 좋겠다. 용어 설명이 많이 들어간다면 독자들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높아질 것이다.

오지혁 = 지방선거와 관련해 수도권 후보들이 기후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다. 재생에너지 시설 같은 것도 결국엔 특정 지역에 설치돼야 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화석연료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 등 환경 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사가 꾸준히 필요하다. 기존 보도에서 많이 등장했던 환경활동가나 과학자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야기를 다룬 ‘보통의 기후위기’ 시리즈도 좋았다. 기후위기 문제를 우리 사회의 다른 문제들과 교차해서 서술하는 시도들이 와닿는 부분이다. 반면 ‘그린 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이 우려되는 기사들도 있었다. 석유화학기업들이 특정 제품을 내세우면서 친환경을 시도한다는 기사들이다. 이 기업들은 계속 엄청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데 몇 가지 제품이 출시되는 것만으로 친환경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김나리 = 지방선거나 다른 큰 이슈들 가운데서도 ‘우리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등 무슬림 관련 기획기사 2개가 나와 반가웠다. 사람들 생각에서 잊혀지기 쉬운 것들을 끝까지 붙잡고 가려는 노력이 보이는 기사들이다. ‘100년 가게도 견디기 힘든 대한민국’ 기사도 이런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짚어주었는데, 공신력 있는 언론의 분석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사였다. 주간경향의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이란 연재도 스타트업에 대해 ‘지구를 살린다’는 주제를 잡아 시리즈로 연속 보도한다는 것이 좋은 관점이다.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놀이공원 아르바이트생의 애환을 다룬 ‘4년차 소울리스좌’ 기사도 언급하고 싶다. 대부분의 다른 매체들 기사는 소울리스좌의 유명세에 대해서만 언급하지만 이 주간경향 기사는 그가 어떤 계약 상황에 처해 있는지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일어난 현상을 단순히 받아 적는 기사도 필요하지만 관점을 주는 기사도 필요하다. 소울리스좌 기사는 다른 매체 기사들과 달리 독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는구나라는 걸 느끼게 하는 관점이 있는 기사다.

김호기 =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5년 전에 켜진 ‘촛불’의 시대가 끝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2024년 총선 전까지 큰 선거가 없어 보수 우위의 시대가 이어질 것 같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보다 10%포인트 정도 많다. 경향신문도 변화된 보수 우위 시대에 어떻게 보도와 논평을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위기의 진보’ ‘진보의 재구성’과 같은 기획을 시도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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