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재 인정받았다고 꼭 손해배상 받을 수 있는 건 아냐”

박용필 기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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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더라도 꼭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기준보다 넓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A씨의 유족이 B사와 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B사에서 선박용접 업무를 하던 A씨는 2008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등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업무상재해를 인정받고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등 5억여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A씨가 사망하자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 판정을 근거로 B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은 망간이 포함된 용접봉이 발병에 영향을 끼쳤다며 용접봉 제조사인 C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제조물책임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인해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고 했다.

1심과 2심은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재해법상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기준과 일반 민사재판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기준은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의 경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노동자의 건강과 사업장 환경, 발병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과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크면 인정된다. 업무가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더라도 병의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일반 민사재판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손해의 원인이 ‘불법행위’여야 하고,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관관계도 보다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

1·2심 재판부는 B사의 경우 불법행위가 인정되지만 손해와의 상관관계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자들이 용접봉에 함유된 망간에 기준치 이상으로 노출된 경우가 있어 ‘보호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그것이 A씨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했다. C사의 경우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품 포장 등에 망간 함유 사실과 그에 따른 위험성도 기재해 ‘제조물책임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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