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 현충원···연천에도 만들면 해결될까

정용인 기자

제3현충원 조성예정지 주변 주민 반발 속 공사 지연

호국원 현충원 승격·독립유공자 묘역 분리 등 목소리

[주간경향]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5월 29일), 제3현충원 조성예정지인 경기 연천 대광리에 갔다. 이틀 연속 비 온 끝 풍광은 좋았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시멘트 포장 농로가 4~5㎞ 남짓 끊임없이 이어졌다. 드문드문 민가가 있었다. 그리고 집마다 걸려 있는 플래카드.

“현충원 결사반대-혐오시설 속에서 절대 살 수 없다: 곰기골 주민 일동”.

한 농가에 주차된 검은색 승합차에도 곰기골 주민 명의의 “주민과 협의 없는 현충원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차를 돌려 나오다 보니 마을 입구에 걸린 ‘국립연천현충원 조성예정지’ 안내판 옆에도 현충원을 결사반대한다는 주민 명의의 플래카드가 뒤늦게 눈에 띄었다.

5월 29일 방문한 제3 국립현충원 예정지인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현충원 예정지 안내판 옆에 주민들이 내건 ‘주민 무시한 현충원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5월 29일 방문한 제3 국립현충원 예정지인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현충원 예정지 안내판 옆에 주민들이 내건 ‘주민 무시한 현충원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정용인 기자

플래카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 주민 입장을 들어봤다. 제3현충원 반대 주민대책위 소속이라고 밝힌 손규익씨의 말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언가요.

“여기에 사는 주민들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니 무시를 당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관련해서 대광리 주민들 대상으로 공청회를 했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예정부지 500m, 1㎞ 안쪽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전혀 통보도 없었어요. 추진하는 정부를 대상으로 사업백지화 요구도 불사할 겁니다.”

-구체적인 생활피해가 예상되나요. 예컨대 공장이라면 건립 이후 지속적인 소음이나 분진피해 같은 걸 예상할 수는 있을 텐데….

“수용된 산120번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블루베리 농장 같은 걸 한다던가, 농사짓는 사람, 산에서 잠깐 농사짓는 사람 등이에요. 뭐가 들어설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못 들었는데 아무래도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생긴다면 아무리 국가시설이라고 하더라도 혐오시설 아닙니까.”

-들어오면서 동네 입구 쪽을 보니 토목공사가 한창이던데요.

“아, 그건 도로공사입니다. 도로도 그렇고, 국립시설이 들어오면서 동네나 지역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건립지 바로 옆에 사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주민들은 5월 30일 연천군청 앞에서 제3현충원 조성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연 첫 집회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윤갑춘 제3현충원 곰기골 대책위원장과 통화했다.

“나는 여기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짓는 사람입니다. 한 100명 정도 제 농장에서 아로니아를 사서 먹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봤어요. 현충원이 들어오면 혐오스러워 계속 먹을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런 상황인데, 우리가 어찌 생계를 제대로 꾸려갈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 가서도 집회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2025년 연천 3현충원 개원 가능할까

제3현충원 실제 공사가 언제부터 시작될지를 놓고선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손씨는 “올가을께로 알고 있다”고 답했고, 윤 위원장은 “올해 11월부터”라고 찍어 말했다.

2020년 보도 기사를 보면 2021년 실지 설계를 거쳐 2022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고 돼 있다. 모두 980억원의 예산을 들여 5만 기 안장을 예정으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방문 때까지 착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 반발이 거세지면 공사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 2025년 완공은 가능할까.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대표는 연천현충원 추진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단 장소도 굉장히 외진 데에요. 원래는 호국원 부지로 시작해 갑자기 현충원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저는 둔갑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대전현충원이 다 차니까 이것이라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현충원으로 바꾼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저도 현지에 가봤는데 그 위치가 대광리 검문소 너머 있는 곳입니다. 거의 최전방이라는 말이에요. 백마고지도 멀지 않아요. 처음엔 거기도 호국원 부지였는데 제주호국원을 만들면서 현충원으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다가 다시 호국원으로 내려오면서 연천 쪽은 올라간 거죠. 저는 이것이 한국 국립묘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짚어보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해보면 2021년 5월 6일자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에 설치하는 국립묘지 명칭을 ‘현충원’으로 변경하는 취지’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등록돼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돼 심사 중이다.

발의 시점에서 2년이 지났다. 그해 12월 제주호국원이 문을 열었다. 현충원으로 명칭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송재호 의원실 측의 말이다.

“이 건으로 지난해에도 이슈가 있어서 당시 국가보훈처와 논의를 했습니다. 문제는 일부 단체가 이견을 보인 상태라는 점입니다. 우리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어 일단 지켜보는 중입니다.”

‘제주현충원’ 추진 좌절된 이유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2021년 5월 법 발의 후 관련 논의가 있었다. 그해 11월 17일이었다. 당시 보훈처 담당자가 ‘제주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현충원으로 개칭할 필요가 있다’고 거론했다. 처음 분위기는 ‘독립유공자와 민주유공자를 포함 다 안장돼 있고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제주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현충원으로 이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식으로 흘렀다.

일부 의원들이 “국립묘지 준공을 앞두고 있으니 제주 먼저 변경해달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주만 특별하게 현충원으로 해주면 호국원으로 돼 있는 다른 지역에서 문제를 제기할 게 뻔하다”는 반박이었다. 결국 국립묘지 개원 전 제주현충원으로 개칭을 추진하는 방안은 진전없는 상태로 남게 됐다.

제주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주호국원을 제주현충원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실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제주현충원 추진은 불발되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2월 개원한 국립제주 호국원 전경 / 국립제주 호국원 제공

제주 국립묘지 개원을 앞두고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주호국원을 제주현충원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실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제주현충원 추진은 불발되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12월 개원한 국립제주 호국원 전경 / 국립제주 호국원 제공

현충원과 호국원은 국립묘지의 종류다. 국립묘지법 제3조에 보면 국립묘지 종류는 현충원과 호국원, 민주묘지, 선열공원으로 종류가 나뉘어 있다. 영어로는 똑같이 국립묘지(national cemetery)로 돼 있지만, 국립묘지법 제5조를 보면 안장 대상은 구분돼 있다.

현충원에는 ①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및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 ②독립유공자 ③전몰·순직 군인 ④무공수훈자 ⑤장성급 장교 및 20년 이상 장기복무제대군인 등이 들어가게 돼 있다. 호국원에는 ①전몰·순직군경 ②전·공상군경 ③참전유공자(6·25, 월남) ④10년 이상 장기복무제대군인 등이 들어간다. 예컨대 6·25 참전군인이나 고엽제 후유증 피해자는 호국원 안장대상이다.

그런데 국가유공자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현충원 안장대상인지, 호국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뒤에 언급할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참전군인 출신이지만 기자의 취재를 통해 자신이 호국원에 안장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재의 국립묘지 개혁 방향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국립묘지의 평등성 확보예요. 우리나라 국립묘지가 국군묘지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계급적이고, 또 불평등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박태호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그렇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되면 연례적으로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사진이 있다. 6월을 맞아 현충원을 방문한 노인유가족 사진이다. 노인이 어루만지는 묘비를 보면 상단이 둥글게 돼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꼼꼼히 보면 묘비가 조금 다르다.

지난해 현충일을 앞둔 6월 3일 시민 및 유가족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지난해 현충일을 앞둔 6월 3일 시민 및 유가족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한수빈 기자

상단을 차지하는 국무총리, 국회의장,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등의 묘비는 받침돌-비대석(碑臺石) 위에 서 있다. 바로 밑의 묘비도 일반사병 묘비와 묘비 윗부분이 살짝 다르게 관을 쓴 듯한 모양새다. 묘비를 보면 중위부터 대령까지 장교들의 묘임을 알 수 있다. 장교 출신 안장자 묘비는 ‘귀접이비 규수형’이고, 일반 사병이나 하사관 묘비는 ‘원수형’이다. 살아생전 계급이 죽어서 묘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어요. 똑같이 예우합니다. 우리나라만 유독 그런 차별을 둡니다.” 2021년 국립묘지개혁방안 연구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던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의 말이다.

“우리나라 군인이 계급사회다 보니 죽어서도 그것이 이어지는 거죠. 사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죽어서까지 계급을 따지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지난 2021년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탄현면 검단사에 임시안치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묻혔다. 동화경모공원은 이북 5도민 묘소로 조성된 묘지다.   /정용인 기자

지난 2021년 사망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탄현면 검단사에 임시안치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묻혔다. 동화경모공원은 이북 5도민 묘소로 조성된 묘지다. /정용인 기자

죽어서도 계속되는 계급차별 문제는 현재의 국립묘지시스템이 이 ‘위계’에 따라 임기대응식으로 확장돼왔다는 점이다. 현재 동작동 국립묘지는 포화상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생장, 그러니까 화장하지 않은 상태로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힌 사람은 세 사람밖에 없다. 김대중·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다. 지금은 안장문화가 바뀌어 대부분 화장을 한다. 전직 대통령 중 현충원에 묻히지 않은 노무현·노태우·전두환 대통령 모두 화장했다. 서울 동작동이나 대전의 경우 과거에는 화장하더라도 유골항아리를 묻고 그 옆에 묘비를 세우는 봉안묘를 만드는 식으로 했으나 현재는 묘역이 거의 꽉 찬 상태다. 박 대표의 말이다.

“대전현충원에 봉안묘 자리의 여유가 있을 때는 그나마 그쪽을 택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유골을 땅에 묻어주니까. 대전에도 자리가 없어 납골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보니 다시 서울현충원으로 몰리기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군장기복무자들도 서울현충원을 선호하는 겁니다. 서울현충원 납골당이 손님으로 미어터집니다. 원래 2024년까지 쓸 계획으로 임시봉안당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것도 조기에 다 차버리니 결국 나오는 것이 연천에 제3현충원을 짓는 계획입니다. 제가 보기엔 전형적인 돌려막기이자 ‘임시 땜빵’이 될 수밖에 없어요.”

서울과 대전 현충원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최근 조성된 묘역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전현충원 정문을 들어가면 현충광장을 지나 현충문 맞은편에 국가원수묘역이 있다. 전직 대통령 중 최규하 대통령이 이곳에 매장돼 있다. 국가원수묘역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장군1묘역, 오른쪽에는 국가사회공헌자묘역과 독립유공자 제1-1, 1묘역이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속되는 한 국가에 헌신한 희생자는 앞으로도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조성된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은 오른쪽 위쪽 꼭대기 독립유공자 4, 5, 7묘역 사이에 띄엄띄엄 조성돼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원래 국군묘지로 출발한 현충원에 독립유공자들이 안장되면서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독립유공자 중에는 기존 현충원에 계셨던 분들과 싸운 분들이 있거든요. 역사의 아이러니죠. 실제 일제강점기 만주군 출신으로 창군에 관여한 사람이 현충원에 여러 분이 있으니까요. 현충원 안장을 두고 계속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그대로 둬야 할까요.”

실제 현충원 안장자의 과거 경력을 두고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0년에도 안현태(5공화국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와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두고 국립묘지가 기리려는 대상과 이념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국회 세미나에서 나왔다. 당시 광복회에서는 ‘친일파로 밝혀진 경우 파묘해야 한다’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의 논의에서 빠뜨린 것이 한국은 징병제 국가라는 점입니다. 군대 복무한 것 자체가 영예가 돼서는 안 됩니다. 군대에서 공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았다든지, 해외파병을 나갔다든지 아덴만에 나가 6개월 배를 탔다든지 우대할 만한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모를까, 단지 장기복무자라고 국립묘지 안장대상자가 돼야 한다는 건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봐요.”

해법은 없을까. 현충원과 호국원 등으로 차등화된 것처럼 보이는 국립묘지 종류를 통폐합해 현충원으로 하고, 독립유공자 등은 별도의 구역을 만들어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국립묘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통폐합 방법은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을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에 추진 중인 호국원과 전남 지역 호국원까지 만들어지게 되면 제주 호국원까지 포함해 전국 모든 도 지역에 국립묘지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13번째로 만들어지는 연천현충원까지 포함해 전체를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서울이나 대전의 현충원을 꼭 찾지 않아도 된다. 거주 지역 인근의 현충원을 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5월 30일 경기 연천 대광리 곰기골 주민들이 연천군청 앞에서 현충원 개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공청회 등 현충원 추진 과정 중 절차에서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 윤갑춘 제3현충원 주민대책위 위원장 제공

5월 30일 경기 연천 대광리 곰기골 주민들이 연천군청 앞에서 현충원 개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공청회 등 현충원 추진 과정 중 절차에서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고 주장했다. / 윤갑춘 제3현충원 주민대책위 위원장 제공

보훈부 “명칭 변경 안장 대상자·사회적 합의 있어야”

여기에 현재 현충원에 같이 안장을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들을 예컨대, 천안독립기념관 인근에 묘역을 마련하는 것도 안장 대상을 두고 벌어지는 이념 갈등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고 박 대표는 제안한다.

현충원뿐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독립유공자 묘소들을 하나로 모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동안 현충원 내 친일경력 인사의 파묘를 주장해온 쪽에서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2019년 <친일 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라는 책을 통해 “76명의 친일파가 항일독립운동가들과 국립묘지에 함께 안장돼 있다”는 주장을 편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의장의 말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한 사람들의 80%는 사회주의 계열이었다. 해방이 막 된 시점에는 사회주의 쪽이든 민족주의 쪽이든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구분 없이 존경받았다. 이념적 지향이라는 건 우리나라가 독립했을 때 어떤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이상을 밝힌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해방 그날을 기준으로 1945년 8월 15일 순간까지 변절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은 다 독립운동가로 인정하고 그렇게 모셔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올해 8월 15일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을 들었다. “실제 치열하게 독립운동한 경우는 멸문을 당한다. 오빠도 있고 동생·언니도 있지만, 자손이 없다. 독립운동 때문에 멸문됐다. 사회주의계열에서 독립운동을 했다고 이런 분들을 챙기지 않으면 다음에 누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들을 현충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독립운동자 묘역을 따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분리·관리하자는 방안’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나와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국립묘지 개혁 방안이다.

서운석 보훈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권역의 국립묘지를 현충원으로 바꾸는 안(案)에 대해선 기존 보훈대상자들(국가유공자들을 포함해서)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현재 현충원에는 국가유공자뿐 아니라 대통령 묘소도 있고, 명칭상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관련법 상 호국원 안장대상자들이 현충원으로 간다고 해서 현충원의 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천 제3현충원의 개원 일정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주간경향 질의에 국가보훈부는 “현재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으로 2025년 준공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전국에 산재한 호국원을 현충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독립유공자 묘역을 별도로 조성하는 등의 국립묘지 개혁안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관련 내용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또 안장 대상자들 및 관련자들과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까지 이뤄내야 하는 부분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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